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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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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고 천천히 하기 나는 원래 운동으로 수영을 하였다. 언제나 물에 자신이 없었는데 일단 돈을 주고 나니 저절로 배워져서 한강도 헤엄쳐 건널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배우려거든 일단 돈을 박아라. 하지만 그 수영도 우리동네 백화점이 망하면서 못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집사람을 따라 동네 실내 골프연습장에 가봤더니 이건 샤워할 필요도 없고 괜찮다 싶어 돈을 박았다. 크게 비싸진 않은데 보니까 동네 치킨집 아저씨, 횟집 사장님도 와서 친다. 연습하는 나를 보고 집사람은 -한겨레에 골프 비판하는 그림그릴 때는 언제고 하며 놀린다. 그러다가 점점 바빠져 2개월에 한번 3개월에 한번 6개월에 한번…. 그러니 어쩌다 운좋게 필드에 나가보면 공이 그냥 좌로 우로 언덕너머로 호수로…. 그러면서도 그게 재밌다. 예사로 재밌는게 아니다. 100번 중 한번 잘 맞은 것만 기억하면서 이번엔 꼭 그럴 것 같은 환상에…. 그래서 난 이해찬 총리의 골프열정과 내기 골프도 이해가 간다. ‘큰 판돈이 아니라면 다 하는 내기를 총리가 한다는 것이 뭐 돈벌라고 하는 것이겠는가, 애교로 볼 일이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안치는 사람은 다른 기분일 것이다. 그러면서 난 골프에서 배운 게 있다. 뭐냐면 그건 힘을 빼고 천천히 쳐야 더 잘 된다는 것이다. 그림도 그렇다. 누가 나에게 당신의 그림은 지금 어디까지 왔냐고 묻는 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천천히 그릴 줄 아는 정도입니다. 천천히 하면 그 선을 음미하고 즐길 줄 알게 된다. 그림 그리는 것이 피곤하지 않고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에 얻은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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