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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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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간된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머니 사이언스>라는 책을 보니 문득 <딜러를 이겨라>를 사며 열심히 도박의 수학을 공부하던 때가 생각나, 이 책을 <딜러를 이겨라> 옆에 나란히 꽂아두었다. 이 책의 원제는 ‘돈 버는 공식(Fortune’s Formula)’으로, 위험부담 없이 합법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마법의 공식에 관한 책이다. 정보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로드 섀넌이 아이디어를 내고 벨연구소의 요절한 천재 물리학자 존 켈리 주니어가 공식으로 만든 이른바 ‘켈리 공식’은 한마디로 말해 ‘정보의 순도가 높을수록 부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는 내용이다. ‘내가 아는 정보량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지은이 윌리엄 파운드스톤은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둘 방법을 찾고자 정열을 바친 사람들을 추적한다. 우리가 베팅하고자 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벌 수 있는 돈의 양이 결정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그것을 숫자로 정량화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공식의 매력이다. 세상은 불확실하지만, 얼마나 불확실한가를 아는 것은 매우 유용한 일이니까. 소프가 <딜러를 이겨라>에서 주장했던 내용도 사실은 이 켈리 공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파스칼은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서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꼬았지만, 수학자들은 불확실하지만 큰돈을 벌기 위해 내 주머니에 있는 확실한 돈을 걸 줄 아는 무모함과 그것을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접근하는 열정을 가진 과학자들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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