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3.23 21:09 수정 : 2006.03.24 14:29

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정재승의 책으로 읽는 과학

<머니 사이언스>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소소 펴냄

내 연구실 책꽂이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교수 에드워드 소프가 쓴 <딜러를 이겨라>(Beat the dealer, 1961년)라는 오래된 책이 10년째 꽂혀있다. 내가 이 책을 사서 읽게 된 데에는 고약한 사연이 있다.

10년 전 우연히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도박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라스베이거스까지 와서 칩 한번 안 던져보고 돌아오긴 싫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친구들에게 블랙잭의 규칙을 배워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찰스 스퍼전이 말하지 않았던가, 노름판에서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란 언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가야하는 지를 아는 자라고. 나는 그날 ‘초심자의 운’ 덕에 돈을 좀 따는가 싶더니, 결국 일어나야 할 때를 놓치고 300달러가 넘는 돈을 잃고 말았다.

어찌나 억울하던지, 그때부터 나는 ‘카지노의 수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블랙잭에 관한 책을 사서 읽고, 카드 게임에서 돈을 따는 법을 연구하고, 상황에 따라 뭘 내야할지를 표로 정리해서 외웠다. 나는 그때 도박에 관한 수학책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 즈음 어렵게 사서 책꽂이에 귀하게 모셔둔 책이 바로 소프의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나는 그 후 여러 번 카지노에서 큰 돈을 벌었다.


얼마 전 출간된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머니 사이언스>라는 책을 보니 문득 <딜러를 이겨라>를 사며 열심히 도박의 수학을 공부하던 때가 생각나, 이 책을 <딜러를 이겨라> 옆에 나란히 꽂아두었다.

이 책의 원제는 ‘돈 버는 공식(Fortune’s Formula)’으로, 위험부담 없이 합법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마법의 공식에 관한 책이다. 정보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로드 섀넌이 아이디어를 내고 벨연구소의 요절한 천재 물리학자 존 켈리 주니어가 공식으로 만든 이른바 ‘켈리 공식’은 한마디로 말해 ‘정보의 순도가 높을수록 부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는 내용이다. ‘내가 아는 정보량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지은이 윌리엄 파운드스톤은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둘 방법을 찾고자 정열을 바친 사람들을 추적한다.

우리가 베팅하고자 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벌 수 있는 돈의 양이 결정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그것을 숫자로 정량화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공식의 매력이다. 세상은 불확실하지만, 얼마나 불확실한가를 아는 것은 매우 유용한 일이니까. 소프가 <딜러를 이겨라>에서 주장했던 내용도 사실은 이 켈리 공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파스칼은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서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꼬았지만, 수학자들은 불확실하지만 큰돈을 벌기 위해 내 주머니에 있는 확실한 돈을 걸 줄 아는 무모함과 그것을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접근하는 열정을 가진 과학자들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면 느끼게 된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