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3 21:37
수정 : 2006.03.24 14:30
인터뷰/<지방이 블루오션이다> 낸 이민원 교수
<지방이 블루오션이다>(문화유람 펴냄)의 저자 이민원(광주대·중국통상학과) 교수는 1990년 영호남 대학교수 모임에 참여하면서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게됐다. 이 모임 회원들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서로 상대지역 출신 후보를 찍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는 휴식시간에 누군가 “저쪽 몇 표 얻었다”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고 깜짝 놀랐다. 이 교수는 “지역감정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교수들까지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왜, 무엇이 문제인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역감정은 중앙집권 때문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자기 지역 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지역발전이 된다는 논리 때문에 지역주의 투표를 하는 것 아니냐”며 “중앙집권을 끊어야 지방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자치연대’ 운동에 참여했다. 또 영호남 4개 연구단체가 “중앙집권을 깨자”는 목표로 설립한 ‘한국지역사회학회’에서 간사를 맡았다. “당시 전문가 67명에게 지방화 과제를 물어 시민단체와 함께 10개로 압축했다”며 “‘지방분권 10대 의제’ 중 첫 번째가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를 모태로 200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발족한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에 적극 참여했다.
지방화 운동을 하면서 관련 자료를 수첩에 꼬박꼬박 모았다. 또 분권에 강력히 반대하는 중앙이나 지방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면서 지방화를 간절히 호소했다. 이 책엔 “중앙집중의 폐해를 지방분권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논리와 절규가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지방화 3대 법안 통과를 위해 영업사원처럼 의원회관을 돌아다녔다”며 “야당 한 중진의원을 만났다가 취업 못한 제자들이 떠올라 눈물을 흘린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분석한 지방화 패러다임을 수필체로 쉽게 풀었다. 첫 장엔 프랑스·영국·스위스 등 지방화에 올인하는 세계의 움직임부터 소개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서울의 과밀화로 서울의 생산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들이 아직도 서울에 몰리는 것은 땅값 때문이다”고 확신했다.
이 교수는 에스자 모양의 총생산 곡선을 들어, “우리 경제는 이미 생산의 최고점에 다다랐다”고 보았다. 중앙집권 경제체제가 공급과잉을 초래해 구조조정 사태와 수도권 경제의 하락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중앙의 간섭과 지방의 의존성이 동시에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러한 위기의 돌파구가 지방분권과 분산이라는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중국으로 튀는 이유는 지방에 아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방이 경쟁력 있는 블루오션이 되려면 지방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중앙 관료들은 지방화하면 지방에 돈을 더 달라는 것으로 오해하더라”며 “국세 중 지방에 주는 지원금(37%)에 달린 꼬리표를 떼 예산지출의 자율성을 주는 것이 지방분권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지방 스스로 특색있는 지방화 꾀해 ‘한송이 꽃’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방에서만 블루오션을 찾자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경쟁시장(레드 오션)에서 쌓은 중앙의 저력과 지방이라는 블루오션에서 발견한 창조력을 결합해 ‘골든 스카이’로 비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이 지방분권의 싹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방·계층간 불균형 극복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희망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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