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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19년 무렵 경기도 인천지역 콜레라 방역지 모습. 칼을 찬 위생경찰과 자위단원이 콜레라 유행지역 마을 입구에서 공동으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사진 위) 콜레라 유행지역에서 검역을 하고 있는 일본인 경찰과 헌병들.(사진 아래)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역사비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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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관리·식품위생·거리청결까지
“식민조선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신민의 건강 돌본다는 가부장적 인식
유럽선 이미 사라진 ‘위생경찰’ 제도
억압적으로 남용…후생정책엔 실패
의학속 사상/(23) 일제 강점기의 위생경찰 요즈음 학계 일각에서는 식민지 시대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이 통치하던 식민지 시대에 경제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거나, 근대화가 상당 정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근거로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이 사망률 감소와 인구의 증가다. 대체로 일본의 식민통치 기간에 사망률은 크게 감소했으며 한국인의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일본의 식민통치 35년 간 한국인의 인구가 무려 1,000만 명 이상 늘었다. 이처럼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은 출생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며 완만하게 낮아진 반면,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급하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식민통치 35년 동안 갓 태어난 아이의 평균여명이 1906-1911년 남아 22.6살, 여아 24.4살이던 것이 1942년에는 남아 42.8살, 여아 47.0살로 늘어났다. 이렇듯 평균여명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영유아사망률의 감소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 영유아사망률은 1932년 18.7명이던 것이, 1935년에는 16.1명, 1938년에는 12.5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계된다. 일제강점기 이전에 두드러진 인구 변화가 없었음을 고려할 때 이런 변화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이런 양적인 지표를 곧바로 근대의 선물인 양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다. 우리는 20세기 하반세기에 파키스탄, 방골라데시 등 저개발 국가에서도 놀라운 인구 증가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는 했겠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이런 국가에서의 인구 증가가 영양, 교육, 주거, 경제상황의 개선 등 삶의 질의 개선 등의 요인보다는 감염병을 관리할 수 있는 위생 테크놀로지에 힘입은 것으로 본다. 서양 선진국의 경우 18세기 이후 인구 증가는 경제성장, 영양·주거 상태의 개선이 사망률 감소를 이끌었으며, 19세기 중반 이후 공중보건의 발달이 거기에 더욱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20세기 후진국의 경우에는 뚜렷한 경제성장과 그 효과 없이도 사망률 감소와 인구 증가가 있었다. 극단적인 비유가 되겠지만, 우리는 항생제의 등장이후 양어나 양계 등에서도 단지 항생제 대량 살포만으로도 물고기나 닭의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식민지 한국의 경우에도 인구성장에 대한 후진국 모델이 적용된다. 인구성장이 근대화 증거라고? 경찰이 위생을 담당하는 위생경찰의 연원은 18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오스트리아와 독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의사경찰은 오스트리아 의사 볼프강 토마스 라우(1721-72)가 처음 창안했으며, 이후 요한 피터 프랑크(1745-1821), 안톤 마이(1742-1814)가 이 개념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의사경찰이란 말에 포함된 ‘경찰’이란 개념은 매우 폭넓은 것으로서 국가의 국민에 대한 가부장적인 배려 일반을 포괄하는 것이다. 유럽 대륙 특히 절대군주제인 독일에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부자의 관계로 파악하면서 이런 가부장적인 이념에 따라 국가가 신민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싹텄다. 프랑크는 그러한 돌봄이 경찰 활동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9권으로 된 <완전한 의사경찰 체계>라는 저작을 썼다. 이 책에는 출산·임신·결혼 문제, 영유아 건강문제, 식품위생과 의복, 오락, 주거 및 환경 문제, 사고 예방, 인구동태, 군진의학, 성병, 병원, 전염병의 문제가 망라되어 있었다. 이후 마이는 주택, 대기 보존, 식품위생, 의복 위생, 산업보건, 모자보건 등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의사경찰 보건법안을 제시했다. 독일에서는 19세기말까지 법에 따라 공무원들이 공중 보건 행정 업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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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19년 무렵 서울지역에서 위생경찰이 입회한 가운데 위생방역진이 여행자의 콜레라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채변을 하고 있다.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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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카이스트 연구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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