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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8 16:28 수정 : 2006.03.28 16:28

"그의 머리는 특이할 정도로 컸고 길고 부스스한 잿빛 머리칼로 뒤덮여 있었는데, 항상 헝클어진 상태였다."(베토벤 전기작가 안톤 신들러)

"그는 꼭 거지처럼 너무나 더러운 옷을 입고 있고 행동거지는 화가 나서 부어터진 곰 같아요…."(베토벤의 친구 난네테 슈트라이허)

불멸의 음악을 남긴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1770-1827). 하지만 살아있을 당시 그가 머물렀던 오스트리아 빈 사람들은 그의 비정상적 행동 때문에 그를 '숭고한 미치광이'라고 믿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궁정 귀족들은 베토벤이 귀머거리일 뿐만 아니라 인간을 혐오하는 자폐자이며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은 사람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메이너드 솔로몬이 쓴 '루트비히 판 베토벤'(김병화 옮김. 한길아트)은 이렇듯평범하지 않았던 베토벤의 성격과 음악 세계를 방대한 고증 자료들을 토대로 분석한 베토벤 평전이다.

솔로몬은 지금까지 네 권의 베토벤 관련서를 출간한 유명 전기 작가로, 1977년 펴낸 이 책은 수많은 베토벤 평전들 가운데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완역돼 2권 분량으로 발간됐다.

책 내용을 토대로 베토벤에 대한 몇가지 논란거리들을 정리해 본다.

◇베토벤은 프리드리히 대왕의 사생아? = 베토벤은 어린시절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 성인이 된 후에도 정상적인 가족 생활을 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자기 부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그는 의심을 했다.

실제로 베토벤이 프로이센 왕(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 혹은 그의 삼촌인 프리드리히 대왕)의 사생아라는 기사들이 당시 잇따라 나오기도 했지만 베토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프로이트의 '가족 로망스' 이론에 근거해 부모를 더 높은 신분의 대리 존재와 바꾸고자 하는 베토벤의 환상이 성인이 되면서 더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불멸의 연인'은 누구? = 영화 '불멸의 연인'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던 베토벤의 연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영화에서는 베토벤의 제수인 요한나를 연인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둘 사이엔 애정보다는 반감과 불신이 더 컸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또 당시의 여러가지 정황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베토벤이 평생 유일무이하게 사랑하면서 열정적인 연애 편지를 바쳤던 대상은 바로 빈 출신의 귀족인 안토니 브렌타노라는 여성이라고 단정짓는다.

◇베토벤의 청력 상실은 과장? = 베토벤이 위대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가 귀머거리 상태에서 작곡을 하고 지휘까지 했다는 사실을 종종 언급한다. 하지만 저자는 베토벤의 청력 상실 일화가 어느 정도 과장된 면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청력은 어느날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라 일정 기간을 두고 서서히 나빠졌는데, 베토벤 스스로 불안감 때문에 청력 상실 초기 상태를 극적으로 과장해 표현했다는 것.

베토벤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서 "그대에게 작별을 고한다"고 쓴 대목을 놓고서도 저자는 글자 그대로 베토벤이 죽음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해 죽음을 연기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1권 416쪽, 2권 544쪽. 각권 1만5천원.

이윤영 기자 y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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