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30 20:00
수정 : 2006.03.31 16:42
인터뷰/‘세계사와 함께 읽는 중국사 대장정’ 쓰고 그린 변영우씨
“복식과 시대상을 고증하는데 무척 힘들었습니다. 중국에서 발간된 <채도전본 중국역사>(20권)와 <고사정선 연환화 사기>(4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세계사와 함께 읽는 중국사 대장정 1~3>(궁리 펴냄)을 쓰고 그린 변영우(49)씨의 목소리는 사진의 인상만큼이나 매끄러웠다. 2001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 인구 110만의 북섬 오클랜드에 머물고 있는 그는 지겨운 겨울 우기에 막 들어간다면서 따스한 한국의 봄을 그리워했다.
<…중국사 대장정>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습만화. 중국의 기원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까지 다뤘다. 서양사와 별개로 존재하는 듯이 그린 기존 책과 달리 동서양의 역사가 서로 스며들고 충돌하는 과정을 눈에 띄게 그렸다. 100여 장의 지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칸을 헐어 한 지면을 통째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인접국가는 물론 세계사 흐름을 꿸 수 있게 하고 사실관계를 유기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했다. 도해집이나 박물관 자료를 통해 대궐, 거리의 모습 등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것도 특징.
“중국사는 중고교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신동우 화백의 삼국지를 보면서 꿈을 기웠는데, 이번에 적벽대전 장면을 그리면서 그 꿈이 이뤄진 듯해 뭉클했어요.”
기러기 아빠 노릇이 괴로워 아예 이민을 택했다는 그는 자료 구하기 힘든 점 외에 혼자서 작업하는 탓에 더디지만 몰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책을 만드는 데 4년 걸린 것이나 쫀쫀한 구성, 입체적인 인물설정 등이 그 결과다.
“원래부터 부모가 보고서 아이들한테 권해주는 만화를 지향했어요.” 기존의 학습만화는 극으로 치우쳐 너무 널널하거나 상반신 인물에 설명식으로 너무 빡빡하거나 둘 중 하나. 그는 두 가지를 지양하는 동시에 지향하고자 했다면서 그렇게 보일지는 독자의 몫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 책은 뒷권으로 갈수록 시대가 내려가면서 선과 칸이 복잡해진다. 시대가 복잡다단해지고 사실이 상세해지면서 불가피하다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명·청대로 오면서 세계사와 구분되지 않아 녹여낼 부분이 많아서 그랬다”며 구성이 무리하게 보이는 것은 그 탓이라고 말했다. 애초 두권으로 생각하고 그리다가 세권으로 바뀐 탓도 있다.
“사실상 첫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다루게 될 세계사는 통사가 아니라 하이라이트를 엮을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절, 진시황 전후, 고대 그리스시대 등인데 <황금시대>라고 가제도 정해 두었어요.”
그가 역사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옛부터의 관심 외에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관련돼 있다. 늦깎이로 신학공부를 했으나 목사 안수에는 이르지 못했다. 목회는 하지 않더라도 해외선교 활동은 꼭 하고 싶다. ‘맨땅에 헤딩하기’보다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고 중국은 ‘그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당분간은 학습만화에 매달릴 생각이다.
“이번 작업은 실험적으로 기존 만화문법을 많이 깼어요. 그래서 어지러운 감이 없잖았어요. 앞으로 정통문법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무식하게’ 완성된 원고를 한꺼번에 싸들고 한국에 들어 왔었다는 그는 앞으로 인터넷으로 송고하는 연재방식이 어떨까 생각한다면서 그러면 한국에 갈 기회가 더 적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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