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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아메리카
F. L. 알렌 지음. 박진빈 옮김. 앨피 펴냄. 1만9800원 |
1차 대전 이후~대공황 11년간의 미국 미시사
파업자·채플린은 ‘빨갱이’로…흑인은 ‘문제아’로
백악관은 사기꾼들의 놀이터 되기도
29년 10월24일 주가 폭락 ‘광란 끝 비극 시작’
몸으로 시대를 살아낸 사람에게 어느 순간, 어느 사건 치고 중요하지 않은 게 있을까. 유행, 패션 따위를 기록하면 미시사가 되고 동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건드리면 생활사가 된다. 그것이 묵으면 자체로 역사가 되지 않겠는가.
1천여 사진·그림 한국판 편집 덕
<원더풀 아메리카>(앨피 펴냄)는 1918년 11월 제1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1929년 11월 주식시장 대폭락까지 전후 11년동안의 미국 이면사 혹은 미시사다. 1931년에 쓴 것이니 2년 전의 사실까지 아우른다. 서술하는 시기와 상거가 짧은 만큼 시간이 흐르면서 근시안적 해석과 판단의 오류가 드러날 터이나 생생하고 정확한 기술이 충분히 덮어줄 터이다. 당대인으로서 체험과 목격담 외에 소설가의 미세안과 역사학자의 충실성이 녹아있을 터다. 지은이가 이끄는대로 ‘미국 역사상 특별한 시대’로 들어가 보면 거리의 소음과 북적대는 인파와 도시의 냄새가 생생하다. 곁들인 1천여 개의 관련 사진과 그림은 순전히 한국판 편집자의 부지런함 덕이다.
적색공포=전쟁이 끝났지만 윌슨은 세계평화를 위해 유럽으로 가버렸고 노동자들은 잊혀졌다. 고물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노동자의 파업이 번졌다. 전쟁을 막 빠져나온 기업가들에게 노동자들은 방해자였다. 1919년 봄 상원의원, 법무장관 집 폭발 사건은 탄압에 불을 당겼다. 경영자들은 철강, 광산 수십만 파업자를 볼셰비키로 낙인찍었고 당국은 전시 치안법을 적용했다. 1920년 공산주의자 지부 모임을 덮쳐 6천여명을 체포했다. <더 네이션> 등 잡지는 ‘혁명적’, 스콧 니어링, 찰리 채플린 등은 공산주의자로 분류됐다. 교과서를 재조사하고 대학은 헌법 존경을 가르치는 과목을 필수로 삼았다. 이러한 불관용주의는 흑인, 유대인, 가톨릭교도에 대한 반감으로 번졌다. 그해 여름 시카고에서는 흑인소년의 익사를 싸고 소요가 발생해 38명이 죽고 537명이 다쳤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유대민족이 세계정복을 꾀하고 있으며 미국이 안고 있는 고통의 근원이다”라고 썼다. KKK단의 출현도 같은 맥락이다.
하딩과 스캔들=윌슨의 고매함에 싫증난 유권자들은 가장 대통령스럽고 친절한 하딩을 뽑았다. 그러나 웬걸. 그는 끔찍히도 무식했고 사람 보는 눈도 없었다. 하딩은 미복으로 갱과 그 친구들이 드나드는 곳에서 술을 마시고 포커판을 벌였다. 그는 자기와 함께 온 오하이오 갱단 또는 사기꾼에게 관직을 나눠주었다. 하딩이 수년동안 도리아식 가짜현관 구실을 하는 동안 그 뒤에서 오하이오의 로비스트와 매수자들이 말아먹었다. 대표가 법무장관 해리 도어티와 내무장관 앨버트 폴. 내무장관이란 자는 해군 소유의 유전을 민간업자한테 불법으로 임대하여 36만달러를 챙겼는데 더 캐니 몇이서 공모해 ‘대륙통상주식회사’라는 가공의 회사를 차려 석유판매 대금 300만달러를 쓱싹했다. 법무장관이란 자는 하수인을 시켜 주류밀매업자한테 700만달러의 뇌물을 챙겼다. 이밖에 재향군인회, 외국인재산관리국도 뇌물과 횡령이 판쳤다. 그가 죽었을 때 순진한 국민들은 상가철시, 추모예배에 조기까지 달았다. 신문들은 스캔들을 파헤치는 사람들을 험담꾼, 흙탕물 뿌리는 사람, 인격암살자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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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미국은 1, 2차 세계대전의 중간 20년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시기. 전쟁 직후 세계질서와 사회체제가 재편되는 가운데 혼돈의 연속이었다. 전쟁 직후 불균형한 산업구조로 인해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시달렸고 이는 대규모 파업으로 이어졌다. 고용주-정부는 짝자꿍으로 노동자와 진보주의자를 빨갱이로 몰아가면서 미국사회 전체는 적색공포에 휩싸였다. 앨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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