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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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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콘서트 이튿날인 25일엔 문인 단체인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원들이 대추리를 찾았다. 정태춘씨는 이들에게 대추리 곳곳을 안내하고 싸움의 경과를 보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부인 박은옥씨 역시 손수 참가자들의 식사를 챙기느라 식당에서 바빴다. 저녁에 이어진 비닐하우스 콘서트에서 정태춘씨는 초대 가수인 김원중씨의 노래 <직녀에게>를 자청해서 따라 부르기도 했다. 표정과 목소리 모두 명동성당 공연장에서보다 한결 안정되고 편안해 보였다. 정태춘씨는 2004년에 <노독일처>(실천문학사)라는 제목의 시집을 낸 적이 있다. 거기에 <지 고향이 원래>라는 제목의 시가 들어 있다. “지 고향이 원래 평택이거던유/아무리 경기도라구 폼 잡어두/조선조 말꺼정은 평택 남부 지역 일대가/대개 충청도에 속해 있었대는규…”로 시작되는 18쪽짜리 장시다. 자신을 화자로 삼아 미군기지 확장 계획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참/큰일났슈/인저 황새울 뺏겼구,/머잖어 대추리두 쫓겨나게 생겼구/담인 도두리두 멕힐지 물러유/거기가 지 고향이여유/지가 인저 돌아가서 살고 싶은 고향이란 말여유, 참” 24일 공연에서 그는 “대추리와 도두리는 내가 태어나 자라며 뛰놀던 곳이자 내 서정의 뿌리”라며 대추리 싸움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말을 하는 동안 그의 음성은 분노로 떨렸다. 그에 이어진 박은옥씨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정태춘이 아니었으면 나는 다만 편안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을 텐데, 이 사람을 따라 다니며 세상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어요. 고맙다고 해야 할지 원망해야 할지….” 그러나 <사랑하는 이에게>를 함께 부르는 그이의 얼굴에서는 남편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한껏 묻어났다. 가수 부부의 분노와 싸움이 다름 아닌 사랑에 기반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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