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3.30 21:20 수정 : 2006.03.31 16:43

정철훈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

<국민일보> 문학담당기자인 시인 정철훈(47)씨가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민음사)를 내놓으며 소설 겸업을 선언했다.

<인간의 악보>는 해방 공간에 월북했다가 북쪽 체제에도 환멸을 느끼고 ‘무국적 망명’을 택한 한 지식인을 통해 이념과 현실의 관계를 따진 소설이다. 작가 자신의 가족사를 바탕에 깔고 분단 및 이산문학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소설은 ‘나’의 큰아버지인 ‘한추민’이 카자흐스탄에서 보낸 한 통의 편지와 더불어 시작된다. 한추민은 다른 두 형제와 함께 월북을 택했던 인물이고, 남은 가족은 그 때문에 고통과 불안 속에 살아야 했다. 월북 이후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그가 단절의 세월을 뚫고 문득 나타나 다시금 제 존재를 주장하기에 이른 것. 그는 편지에 이어 직접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가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뇌출혈로 쓰러졌다가는 끝내 숨을 놓게 된다.

소설은 추민의 고향 방문에서 죽음에 이르는 현재의 사건을 좇는 한편, 월북에서 고향 방문에 이르기까지 그의 지난 삶의 궤적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설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추민의 지난 삶의 이야기이다. 전쟁 중에 국비유학생으로 소련에 갔던 추민은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격하 운동에 자극 받아 모스크바에서 일종의 ‘북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박해를 받고 결국 정치적 망명을 택하게 되었던 것. 그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거처를 옮기고 현지 여성과 결혼해 정착하는 동안 조국의 북쪽에서는 함께 월북했던 나머지 두 형제들이 강제노역 탄광으로 끌려가거나 총살을 당하기에 이른다.

추민의 조카인 ‘나’인즉 큰아버지의 삶을 관통한 이념의 전쟁을 시·공간적으로 먼 거리에서 관찰하는 처지에 가깝다. 그러나 소설 말미에서 “그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로 내게 식어버린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것만 같았다”고 그가 술회할 때, 그것은 곧 작가 자신의 문제의식이자 이 소설이 독자에게 던지는 화두처럼 들리기도 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