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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6 16:42 수정 : 2006.04.07 14:04

나의 첫번째 사진책
곽윤섭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000원

사진기자 곽윤섭은 싸움을 즐기는 깡패(?)다.

평소 잘 웃지도 않을뿐더러 좀 맘에 안든다 싶으면 입술을 꽉 오므리고는 거만하게 고개까지 추켜세우고 상대방을 째려보기 십상이다. 거기에 한쪽 눈자위까지 치뜰 정도 되면 이건 그냥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뒷골목 출신이냐고? 그런 사람이 어떻게 기자를 하냐고? 수많았던 전투(?)들을 일일이 들먹이기 보다는 사실 그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싸움은 ‘논쟁’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포괄적 의미로서 Photographer를 지향하는 그는 첫째, ‘사진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웃김의 차원이 아니라 프레임 안의 구성, 색감, 위트, 의미까지를 포함한 보고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말한다. 둘째, ‘예술로 치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떠벌인다. 필요 이상의 주관적 관념을 우겨 넣어 어렵게 포장하려는 수법들을 미워한다. 셋째 ‘일상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명소를 찾아라’라고 주장한다. 인물, 뉴스밸류, 풍경 등등 공식화된 유명한 대상에게만 카메라의 초점을 고정하지 말고 주변의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명소’를 찾으라고 소리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연출은 죽어도 안된다!’고 말할 때면 입에 거품까지 문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를 보면 맘 편해질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의외로 논쟁방식은 아주 점잖다. 생각을 담은 글을 교환하고 상대방이 손들(?) 때까지 너무나 ‘긴’ 글을 거의 고문수준으로 계속 보낸다. 과거엔 소주잔이 공중으로 날아다니곤 했다는 흉흉한 전설이 사실 확인없이 전해내려오고 있기도 하다. 이러니 깡패 소릴 들을 법하지 않은가. 그랬던 그가 ‘부드럽기’ 그지없는 책을 하나 덜컥 내면서 쑥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힌다.

“허허! 내가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면 얼굴이 하얘지고, 더듬기나 하고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인터넷 한겨레에 ‘곽윤섭기자의 사진클리닉’을 운영하며 조심스레 매니아들을 키워(^^)오더니 지난해 시작한 한겨레문화센터 ‘사진클리닉’강좌의 경험까지를 토대로 <즐거운 출사를 위한 나의 첫 번째 사진책-곽윤섭 기자의 사진클리닉>(한겨레출판 펴냄)을 떡하니 내놓은 것이다. 매 강좌 때마다 이틀 이상 강의록에 매달릴 정도의 꼼꼼한 강의준비로 입소문이 난 그는 처음에 “맥락없이 읽으면 뽀록(?)나니까 강의록이라도 잘 만들어 읽어주려 했다”며 속에 담고 있던 ‘부드러움’을 슬쩍 드러낸다. 하긴 스스로 세운 원칙의 기준을 강하게 가지고 있을 뿐, 예의 그 사람좋은 미소와 배려는 숨길 수 없다. 그는 미국 미주리주립대 포토저널리즘 연수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을 얻은 게 가장 큰 공부였다고 할 만큼 자기소신이 뚜렷한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을 왜 배우려는지에 대한 자기확신’이라며 시작되는 이 책은 수동노출의 기본인 조리개와 셔터속도의 개념도 예제를 들면서 마치 옆에서 얘기하듯 설명해준다. 18년에 걸친 현장경험을 토대로 친절한 문체와 글솜씨로 엮어냈기에 초보거나 입문과정을 약간 벗어난 사람이거나 누구든 편하게 대할 수 있다. 저장매체가 필름이냐 디지털메모리카드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불필요하게 어렵기만 한 기존의 관련서적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며 “사진은 실제 손쉬운 예술이고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평소 주장을 또 읊었다.

그러면서 이 부드러운 깡패기자는 한쪽 눈을 치뜨더니 다시 목에 힘을 주었다. “현장에서의 연출은 필요악도 아니고, 자기개발에 실패한 사진가나 하는 짓이야. 카메라를 놔야지!”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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