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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3 18:03 수정 : 2006.04.14 14:06

동아시아는 지금

미국이 아시아에서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하면서 주권논란이 덜한 근해를 우선적 역량확대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한국이 주변관계 때문에 미사일방어계획을 받아들일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그렇게 분석했다고 한다. 이 연구소는 9일 웹사이트에 띄운 ‘아시아에서의 미사일방어계획’이란 글에서 그것은 한국정부의 부정적 정책 때문이란 분석과 함께 한국의 태도변화를 끌어낼 요인들을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일본의 관계 악화, 그리고 “새로운 한국의 지도력이 북한을 다른시각에서 본다면”이다. 그러면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을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한국의 지도력”이란 바꿔 말하면 “정권이 바뀌면”과 같은 말이고, 그건 곧 미사일방어계획에 동조하는 말 잘듣는 옛 보수우파 파트너의 등장을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동맹’세력이다. “일본은 열정적으로 (미사일방어계획의) 발전과 배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현정권이야말로 그 기준에 부합하는 만족스런 파트너란 얘기일 터이다.

그래선지 얼마전 보도된 고이즈미 정권 외무성의 내부문건 ‘조선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에선 사실왜곡을 넘어서 아예 노무현 정권에 대한 원망과 저주의 감정까지 뚝뚝 묻어난다. 독도관광까지 ‘반일’이라는 무책임한 국내여론 선동책으로 점수따서 정권 유지하려는 “노무현 정권의 정치수법”으로 매도하는 판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정세분석가들이 한국이나 중국을 대상으로 삼고 뭔가를 내놓을 때 전제되는 오랜 관행이 있는데, 그것은 분석의 주체인 자신들은 더 높은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선진’이고 분석대상은 저차원의 ‘후진’이라는 것이다. 한국 중국 대중들을 예전 그들이 사갈시하던 ‘제3세계 무지한 민중’ 정도로 깔아뭉개는 태도는 1980년 8월 전두환 등 신군부의 광주학살을 지지한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 존 위컴의 들쥐론에서 절정을 이뤘다. “한국민은 들쥐와 같은 민족이어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복종할 것이며, 한국민에게는 민주주의가 적합치 않다.”

미국 일본이 저렇게 나오는 이유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한국민을 정권만 바뀌면 대미·대일 인식도 그에 따라 하루아침에 바꿀 진짜 ‘들쥐’ 정도로 보거나, 아니면 들쥐론에 편승하면서 자신들의 본질 내지 속셈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거기에는 인기없는 노정권에 대한 시선을 활용한 대중선동의 심리조작 악의까지 느껴진다. 문제의 본질은 노 정권 정책이나 한국민의 태도가 아니라 미국 패권을 위한 미사일방어계획과 고이즈미 정권의 반동적 극우정책이다.

한국의 보수우파가 정작 미사일방어계획과 고이즈미 극우정책을 문제삼지 않고 그에 대한 우리쪽의 대응방식만을 계속 문제삼는다면 ‘딴나라’라는 얘기를 들어도 싸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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