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3 18:54
수정 : 2006.04.14 14:07
역사로 보는 한주
2003년 4월14일 인간게놈의 모든 염기배열(서열)을 해독하는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디옥시리보핵산)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지 50년만의 일이었다.
게놈이란 어떤 생물이 그 생물로 존재하는데 필수적인 유전정보를 말하는데, 유전자(gene)와 모두를 뜻하는 ‘-ome’을 합친 말로, 곧 그 생물이 지닌 유전자(정보)의 모든것을 의미한다. 인간게놈은 핵 게놈과 미토콘드리아 게놈으로 구성돼 있는데, 핵 게놈에는 30억개의 염기쌍이 있어 24종의 줄모양 DNA로 나뉘어져 염색체를 형성한다. 미토콘드리아 게놈은 1만6569개 염기쌍으로 된 고리모양 DNA다.
이들 염기쌍의 배열을 해독해내려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1984년께 처음으로 계획되고 90년에 미국 국립보건원과 에너지부 등이 30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15년 안에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국제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됐다. 유전자 특허 등 상업적 목표를 노린 생명공학 벤처기업 셀레라 제노믹스의 독자적인 프로젝트 추진과 함께 불붙은 경쟁과 생명공학 및 컴퓨터 관련기술의 빠른 발달로 계획은 초과달성됐으며 그 결과는 모든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됐다. 2000년 6월에 게놈 초안이 완성됐고 2001년 2월 인간게놈 프로젝트 팀은 <네이처>를 통해, 셀레라는 <사이언스>를 통해 배열 분석 초안과 거기에 사용된 방법 등을 자세하게 발표했다. 이후 좀더 완전하고 고품질의 게놈을 얻기 위한 작업이 계속돼 2003년 4월 마침내 인간 유전자 배열의 99%가 99.99%의 정확도로 확인된 완성판이 공개됐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이 30억개 염기쌍의 단순한 배열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광대한 데이터 속에서 유전자의 경계를 특정하고(예비조사에서는 약 3만개의 유전자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 거기서 어떤 특성을 찾아내는 것, 즉 해석하는 일이다. 해석되지 않은 데이터는 거의 아무런 이용가치도 없다. 암이나 알츠하이머 등 난치병 치료 가능성도 그 과정을 거쳐야 열린다. 이를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수없이 개발되고 인간 언어의 통계모델을 응용하는 등 여러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으나, 의학이나 생명공학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되는 게놈 데이터 해석작업은 아직 시작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게놈 데이터들은 미 국립생물정보센터(NCBI) 등을 통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어떤 암의 특정 유전자에 주목한 연구자가 인터넷으로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해 다른 연구자들이 이뤄낸 최신성과들, 예컨대 그 유전자의 입체구조, 기능, 다른 인간 유전자와의 진화상의 관계나 상호작용, 효모나 초파리 등과의 비교, 유해 돌연변이 가능성, 발현조직, 관련 질환 등을 조사해 활용할 수 있다. 생물 진화연구도 새 차원을 맞을 수 있게 됐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