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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3 19:59 수정 : 2006.04.14 14:10

한미훈/천안 북중학교 교사

종치면 들어갔다 종치면 나오는 힘든 교사 초년생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꽃에게 걸어가는 용기 북돋아줘

나는 이렇게 읽었다/트리나 폴러스 지음 <꽃들에게 희망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어느새 나는 ‘땡칠이’가 된 기분이 든다. 종소리가 ‘땡’하면 얼렁뚱땅 교실에 올라갔다가 ‘땡’소리가 치기 무섭게 내려오면서, 밥을 먹을 때 종소리를 울렸더니 종소리만 들으면 침을 질질 흘렀다는 강아지가 생각난다.

내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알게 된 것은 교생 때의 일이다.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교생들에게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하라고 하셨다. 내 다음 차례 교생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 바로 <꽃들에게 희망을>이었다.

그때는,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다만 그림이 지저분하게 그려진 책에 불과했다. 한편으로는 출판사가 책을 만들면서 왜 이렇게 돈을 투자하지 않았나 하는 흉이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시골중학교 도서관에서의 일이다. 그날은 참지 못하고 ‘나는 왜 이럴까? 내 처지는 왜 이 모양일까?’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도 위로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때 손에 잡힌 책이 이 책이다.

줄무늬 애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기둥 하나를 발견했다. 그 기둥은 많은 애벌레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며 올라가고 있었다. 줄무늬 애벌레는 위가 궁금해졌고 기둥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만났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기둥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줄무늬 애벌레는 다시 기둥 위가 궁금해졌고 기둥으로 떠났다. 혼자 남은 노랑 애벌레는 늙은 애벌레를 만났다. 늙은 애벌레는 ‘희망’을 위하여 나비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것을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나비가 있어야 꽃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랑 애벌레는 죽었고 나비로 다시 태어났다. 한편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 꼭대기에 올라섰다.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그와 비슷한 기둥이 수만 개나 있었다. 그렇게 실망하던 순간, 애벌레는 아름다운 노랑나비를 발견한다. 노랑 애벌레였다. 줄무늬 애벌레도 삶에는 더 나은 것이 있다는 것을 차츰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줄무늬 애벌레도 누군가의 희망이 되었다.

처음 교단에 섰을 무렵이다.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도저히 수업이 안 돼, 벌을 세운 적 있다. 그때, 손을 들고 있는 아이들 뒤에서 혼자 몰래 웃었다. 내가 봐도 내 모습이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 너무 이상했다. 한번도 어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어른인 척하는 것도 이상하고 손들고 있으라는 한마디에 손을 들고 있는 아이들도 이상했다. 야단을 치기 위해서는 무섭게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자꾸만 모락모락 웃음이 피어올랐다. 신기했다. ‘아~내가 선생님이구나’하고 감사하고, 앞으로 열심히 가르쳐야지 했었는데, 이젠 아득하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중·고등학교 때 했던 고민을 그대로 하고 있다. ‘오늘 학교 가기 싫다. 오늘 하루만 학교에 안가면 안 될까?’라는 생각 말이다.

거기에다가, 도둑질, 폭력, 거짓말! 학교는 어쩌면 정말 무서운 곳일 수도 있다. 영화에 나오는 무서운 아이들의 모습이 먼 이야기 같지 않다. 거기에다 넘치게 이러한 학교에 마음을 다스리기 버거운 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꽃처럼 예쁘게 웃는 아이들도 있다. 뾰족한 가시가 있는 꽃들도 있고, 풀 속에 가리어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꽃들도 있다. 꽃들이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나비가 필요하다. 정말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다림과 용기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삶에는 좀더 나은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수업시간 종이 울린다. 나는 꽃들을 향해 조금씩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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