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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3 20:08 수정 : 2006.04.14 14:11

마오: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상·하)
장룽·존 핼리데이 지음. 황의방 외 옮김
까치 펴냄. 각권 1만3000원

부시와 한비야가 공유한 정신세계 ‘장룽’
공산혁명가 부친 ‘문혁’에 정신이상 사망하자 충격
이념에 희생된 민중의 삶 영혼 고통스럽게 묘사
밀리언셀러 ‘대륙의 딸’ 이어 10년간 ‘마오’ 탐색
“세계 인민 25% 피폐 책임져야 할 독재자

긴급구호활동가 한비야씨와 아메리카합중국 대통령 조지 부시의 공통점은?

둘 다 유명한 사람이다. 생각과 활동의 범위가 지구 위 온 세상에 미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부시 대통령이 폭탄을 떨어뜨린 곳에 한씨는 생명을 구하러 뛰어든다.

또 없나…. 둘을 잇는 끈이 최소한 하나는 더 있다. 중국인 작가 장룽(張戎·54)이다.

한씨는 장룽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대륙의 딸>(원제 ‘야생의 백조’)의 애독자다. 한씨는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그야말로 온몸으로 중국 근세를 살아낸 여인 3대의 이야기”라고 이 책을 추천하곤 한다. 이 책은 1991년 첫 출간 뒤 지금까지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돼 1천만부 이상 팔려나간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부시 대통령은 장룽의 최근작 <마오;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후 <마오>)의 애독자이자 최고의 ‘홍보맨’이다. <마오>는 장룽과 그의 영국인 남편이자 역사학자인 존 핼러데이가 10년의 취재와 자료 분석 끝에 2005년 펴낸 ‘마오쩌둥 평전’으로 27개 나라에서 출간됐다.

중국인 첫 영국 박사 된 ‘대륙의 딸’


대륙의 딸(상·하)
장룽 지음. 황의방 외 옮김.
까치 펴냄. 각권 1만원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할 때 이 책을 화제에 올리며 극찬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전한 부시의 독후감은 이렇다. “마오쩌둥이 얼마나 야만적인 독재자였는지 알게 됐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씨 더 잔인하다. 수백만명에 더해 또 수백만명이 그의 정책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까치글방은 <마오>를 모두 876쪽 분량의 두권짜리 한글본으로 펴냈다(95쪽의 후주는 까치글방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까치글방은 <대륙의 딸> 2003년판도 이번에 두권 분량으로 새로 번역해 출간했다.

좀체 공유 지점이 없을 듯한 한비야씨와 부시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다리 구실을 하는 장룽은 누구인가?

장룽. 1952년 중화인민공화국 쓰촨성 이빈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장서우위는 홍군의 대장정 때부터 한 길을 걸어온 원칙적 공산주의자였다. 어머니 샤더훙 또한 46년 학생운동 지도자로 중국공산당 지하활동에 참여한 혁명가였다. 문화혁명의 광기가 중국 대륙을 휩쓸던 66년 장룽의 아버지는 마오 주석을 모독한 주자파(走資派)로 몰려 구금된다. 그 즈음 장룽은 그 시대 중국의 많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홍위병에 입대한다. ‘혁명적 영혼’을 지키려다 정신이상자가 되기도 했던 그의 아버지는 75년 사망한다. 장룽의 가족을 망가뜨린, 그래서 그의 평생의 화두가 되어버린 마오쩌둥도 이듬해 세상을 뜬다. 덩샤오핑이 복권돼 현대중국의 재건에 불씨를 당기려던 78년 9월 그는 장학금을 받고 “영국으로 유학 왔다.” 그리고 그는 줄곧 영국에서 살고 있다.

마오가 주도한 문화혁명(1966-76) 당시 민중의 표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한장의 사진.
이 몇줄의 이력만으로도 그의 삶이 파란만장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장룽의 삶과 정신세계를 이해하려면 <대륙의 딸>로 잠시 돌아가야 한다.

<대륙의 딸>은 장룽과 그의 어머니(1931~), 외할머니 위팡(1909~1969), 이렇게 여인 3대의 삶의 기록이다. 이들의 삶을 축으로 한 20세기 중국 민중의 수난사이자, 중국 근현대사에 대한 다큐적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혁명의 와중에 망가져가는 중국 인민들의 삶과 영혼에 관한 묘사는 읽는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뒤 1천만부 이상 팔려나간 힘이다.

“내 삶을 황폐화한 인물에 매혹”

이 책은 1924~77년 중국을 배경으로 한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 <패왕별희>를 떠올리게 한다. 둘 다 현대 중국인의 씻을 수 없는 상흔인 문화혁명에 대한 되새김이자,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이겨진 수많은 영혼에 대한 초혼가다. 첸 카이거는 자전적 에세이 <나의 홍위병 시절>에서 말했다. “어떤 시인은 우리의 시대를 이렇게 노래했다. ‘비겁은 비겁한 자의 통행증, 고귀함은 고귀한 자의 묘비명’.” 장룽은 <대륙의 딸>에서 말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위대한 사명이나 ‘이념’이 아니라 그저 조용하고 어쩌면 하찮은 삶이었다.”

장룽은 <대륙의 딸> 2003년판 서문에서 <마오> 집필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내가 마오쩌둥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중국에서의 내 삶을 지배했고 또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나 되는 나의 동포들의 삶을 황폐화시킨 이 인물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히틀러나 스탈린 못지 않게 사악했고, 그들 못지 않은 폐해를 인류에게 끼쳤다. 그러나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그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유학생으로는 영국의 대학에서 처음으로 박사학위(요크대 언어학)를 딴 저자 창룽과 영국인 남편 존 핼리데이.
장룽은 이렇게 ‘세계 인민을 계몽하려고’ 마오쩌둥의 딸을 비롯해 세계를 누비며 480여명을 인터뷰하고 러시아·미국 등 여러 나라의 공문서 기관을 뒤져 <마오>를 완성했다. 10년간 탐색한 결과, 장룽이 최종 정리한 마오쩌둥은 이렇다. “절대적인 이기주의와 무책임성이 세계관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고, 격변과 파괴에서 기쁨을 느끼는 성격(의 소유자)”. 마오쩌둥은 중국 혁명의 지도자였지만, 농민·노동자를 존중하지도 연민을 느끼지도 않았다는 게 장룽의 주장이다. 장룽이 보기에 마오쩌둥은 권력을 장악·유지하려고 끊임없이 “적대계급”을 고안해내야 했던,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인민을 수십년 동안 절대적으로 지배해왔고, 평화시에 야기된 7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이다. 증언과 자료를 나침반 삼아 마오쩌둥의 내면을 파고든 장룽의 이러한 심리학적 판독이 20세기 중국 근현대사의 복합적 이해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님 웨일스 부부가 그린 ‘혁명’과 상반

<마오>를 지은 장룽과 존 핼리데이 부부는, 홍군 지도부를 최초로 인터뷰해 중국 혁명의 실상을 세상에 알린 <중국의 붉은 별>(1937년)의 지은이 에드거 스노와 그의 부인이자 <아리랑>(1941년)의 지은이 님 웨일즈를 떠올리게 한다. 20세기 중국과 인연이 각별한 두 지식인 부부가 그려낸 마오쩌둥과 중국혁명의 실상은 극과 극을 달린다. <마오>의 예비독자들한테 <중국의 붉은 별>도 함께 읽고 비교해 볼 것을 권한다.

글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사진 까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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