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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3 20:42 수정 : 2006.04.14 14:12

책속의 한장면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삼인 펴냄. 1만2000원

초등학교 4학년… 어느 여름날… 내 귀가 쫑긋 섰다. 앞집… 누나가 목욕을…. 나는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꽃밭으로 다가가 판자에 뚫린 옹이구멍을 찾아 눈을 들이대곤 헐떡거리는 가슴을 달래느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었다.… 기다리기 얼마만이었을까. 누나가 부엌에서 나와 마루로 올라왔다. … 그것이 처음이었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여자의 몸을 본 것이…. 마루에서 마지막 물기를 닦아내던 누나는 고등학생이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골목길에서 누나를 만나면… 내 얼굴이 붉어졌으며 누나가 말을 걸기라도 하…면 줄행랑을 놓곤 했…다. 그러면서도 집에 아무도 없는 날이면 나의 관심은 온통 담으로 쏠려있었다.

그렇듯 담은 서로를 구분 지으며 막아놓기는 했을지언정 때때로 에로틱한 장면들까지 여과되지 않은채 넘나들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에로틱함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철저하게 벽 안에 갇혀 은밀하며 폐쇄적인 상징이 되어 버렸으니… 성은 조금씩 삐뚤어지고 …보지 못하는 만큼 관음과 도청의 욕구가 일어나고 더불어 부패하게 마련인 것이다.(‘울타리이야기’ 67~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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