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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3 22:30 수정 : 2006.04.14 14:15

이영희/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과학이 만난 사회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일터의 자동화를 매우 빠른 속도로 진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터의 자동화는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터에서 추진되는 자동화는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을 보다 쉽고 편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터의 자동화가 대량의 고용삭감과 노동의 단순화,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을 노동배제적 자동화라고 부른다.

완전자동화를 통해 ‘무인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엔지니어의 꿈은 이러한 노동배제적 자동화의 논리가 극단적으로 확장된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 역사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산업혁명 이후 전개된 자본주의 생산방식은 애초부터 노동배제적 기계화와 자동화를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노동배제적 기계화와 자동화는 기본적으로 노동과 기계 사이에 화해하기 힘든 적대적 긴장관계를 초래한다.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영국에서 확산되었던 ‘러다이트’라는 이름의 기계파괴운동은 노동과 기계 사이의 이러한 적대적 관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노동배제적 자동화는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대량의 고용삭감을 가져옴으로써 기계에 대한 노동의 저항을 증대시켜 결과적으로 사회의 안정성을 해치는 효과를 낳는다. 어떤 학자는 자동화의 확산으로 인해 “노동의 종말”이 다가 왔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와 자동화, 정보화의 무제한적 추구로 인해 약 20%의 사람들만이 일자리를 가지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고 나머지 80%의 대다수 사람들은 실업자상태 또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처해지는 “20 대 80의 사회”가 도래할 것임을 우울한 어조로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에 기반하여 이미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는 노동배제적인 자동화가 아니라 노동통합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기술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노동통합적 인간중심적 기술시스템은 무엇보다도 대량실업의 발생을 막을 수 있고, 노동과 기계가 대립하지 않고 상호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생산과정의 순환 속에서 노동자들의 지적 숙련과 능력의 향상을 촉진함으로써 과학기술시대에 요구되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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