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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0 16:31 수정 : 2006.04.21 14:07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인간답게 살고 싶다!

나는 왜 나이가 들수록 더욱 방을 어지럽게 해서 사는지 모르겠다.

갈수록 철이 떨어지는 건지.

초중고 때 보다 대학, 그리고 졸업해서 더하고 40대, 50대, 갈 수록 더 정신 없는

방을 만들어 놓으니 어찌된 일일까?

지금 사무실 내 자리나 내 방에 가 보면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지경이다.

(오직 본 사람만이 안다.)


지금 아들과 함께 쓰고 있는 내 작업실 겸 방은 지금 까지의 그 어떤 내 방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히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수재 입은 현장 혹은 이라크 폭격

직후의 상황 같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오죽하면 이런 광경은 그려서 남겨야 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겠는가?

신통한 것은 이런 폭격 현장에서 아들과 나는 서로 아무런 불편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앉는 자리 쬐끔 빼고는 오만 잡동사니가 널부러져

화장실 갈 때도 고개고개를 넘어 발끝으로 요리 조리 비틀어 디디며 탐험하듯 길을

찾아가야 할 지경이다. 물건들은 어떻게 찾느냐고?

그건 신경질을 내어가며 손을 몇번 허우적 거리면 또 찾아진다.

나는 왜 이럴까? 우리 부자는 왜 이럴까?

오래 전에 베토벤의 방이 이렇게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다는 이야길 듣고 많은 위안을

받았고 바둑 일인자 이창호의 방도 그렇다 말에 또한번 위안을 받았다.

그 위에 짱뚱이 오진희 여사가 “천재는 정리를 못한대요.”하는 말을 듣자 그럼 이거

정리를 안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이 이렇게 어지르는 것을 보면 한편은 반갑고 안심이 되다가도

한편으로는 짜증이 난다. 좀 치우고 살지….

견디다 못한 우리 부자도 이건 너무하다 싶어.

-시현아, 우리도 이제 좀 치우고 살아야겠지?

- 응, 정말 그래야 할 것 같아.

천재도 싫으니 인간답게 살고 싶다!

우선 버릴 것을 버린 다음, 만화는 만화대로 다른 것들은 따로 책꽂이에 정리하자.

짬짬이 시간을 내면 우리도 깨끗한 방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을거야…

그리고 나서 시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느냐고요?

……

…… 말 할 수 없어요.

*숨은 그림 찾기: 먹물, 팔레트, 한라봉 상자, 짓꿎은 제자들이 선물한 죽부인, 기타, 과도, 배싸는 동그란 포장, 던킨 도너츠 봉투, 마우스, 이어폰, 겨울 외투, 그리고 이제는 피어도 되나 보다하고 피어난 고들빼기. 다 찾는 분에게는 무얼 드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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