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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0 17:53 수정 : 2006.04.21 14:08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집필에서 출판·마케팅 수집과 독서까지
익살스러운 문체로 풀어낸 책에 얽힌 흥미로운 진실

나는 이렇게 읽었다/존 맥스웰 해밀턴 지음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신제품은 무엇일까. 아마도 책일 것이다. 한국에서만 매일 약 150종, 전 세계적으로는 3천여 종의 새 책들이 발행된다. 종이책과 활자문화의 위기론이 대두된 지 오래이건만, 이러한 위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책이나 진화된 기술을 벗삼은 책들까지 범람하고 있다. 또 고전 명작이나 베스트셀러를 요약한 책은 물론이고 책의 역사, 창작, 출판활동, 번역, 서점이나 도서관, 독서를 소재로 한 책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안내서부터 학술서, 평전, 에세이 등 형태도 가지가지다. 이런 책들은 의외로 충실한 고정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다.

책을 다룬 책들은 대개 점잔을 부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좀 별나다. 책 날개에는 저자 사진이 붙어 있지만 책 읽는 모습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고 서문에는 베이지 말라는 익살스런 경고문이 붙어 있다. 본문에서는 책의 역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현대 출판의 생태계, 특히 미국 출판시장의 이면을 날카롭고 넉살 좋게 해부한다. 자칫하면 베이기 쉽다.

원서는 저자가 매스커뮤니케이션 스쿨 학장으로 재직중인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출판부에서 2000년에 나왔고 한국판은 지난해 가을에야 나왔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고성능 번역출판 레이더망에 뒤늦게 포착된 괴비행물체다. 책에는 ‘카사노바’를 배반하는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만약 이 부제가 없었더라면 카사노바에 대해 무지한 고정관념에 휘둘려 ‘정념의 책읽기’를 시도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희대의 난봉꾼으로만 알려진 자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1725~1798)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열렬한 애서가이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했으며, 월간 평론지와 연극 평론지를 발행했고 <철학자와 신학자> 등 40여 권의 책을 쓴 영민한 저술가였다고 한다. 왜 카사노바를 등장시켰는지 의문은 풀렸지만, 선수는 역시 다르다는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뭔가 배울 게 있는 얘기를 하고자 했다던 카사노바 정신을 이어받은 저자의 책문화 편력 역시 흥미진진하다.

이 책의 특징은 ‘아주 얄궂은 정보’가 많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헌사(감사의 글)를 대필해 주는 시장과 표준 가격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거나, 새 집을 지을 때 서가를 아예 부착하도록 하여 책을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이 소개된다. 위대한 작가를 키워낸 감옥의 역할, 1300권의 소설을 공장식 시스템으로 뽑아낸 스트래트마이어(1862~1930)의 이야기도 있다.

책밥을 먹고 사는 다양한 유형의 저자와 출판사, 언론과 서점, 평론가와 기자, 도서관과 사서, 책을 안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은 정치인, 책도둑에 이르기까지 고속 주행하는 책의 가치사슬 도로를 따라 잡학정보가 휙휙 스쳐간다. 적절히 냉소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문체는 읽는 맛을 더해준다. “출판사의 대주주는 자기 회사가 발행한 책보다 대차대조표를 더 열심히 읽으며, 문학-산업 복합체의 경영자는 책과 저자를 젖소로 보고 최대한의 젖을 짜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는 식이다. 물론 미국 출판계 얘기이다.

이 책에는 독자들에 대한 친절한 조언들도 실려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의 저자와 대화할 때 책이 잘 나가고 있는지 묻지 말라고 한다. 자기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아닌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무지몽매한 평론가와 게으른 영업부 직원 탓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이 책이 얼마나 나갔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어진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난에 독자 여러분을 초청합니다. 나이 성별 등 아무 구별없이 누구든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적어 보내주시면 일정한 평가작업을 거쳐 선정된 원고를 필자 사진과 함께 이 난에 싣겠습니다. 특별한 형식은 없고, 책 역시 어떤 분야, 언제 나온 책이든 상관없습니다. 채택된 원고에 대해서는 정해진 원고료를 드립니다. 원고 매수는 200자 원고지 8.5~9매 정도입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전자메일(sdhan@hani.co.kr, blitz@hani.co.kr, bonbon@hani.co.kr)로 보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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