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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0 18:00 수정 : 2006.04.21 14:08

인터뷰/<퓨즈원너>낸 조택연 교수

경기대 건축대학원 조택연 교수의 디자인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들은 ‘장애 체험’을 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휠체어를 타고 신체장애를 느껴보거나 시각장애인처럼 생활해봐야 한다. 건축 수업에 장애인체험이라니 장애인을 위한 건축을 연구하나보다 싶지만 그게 아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조 교수의 수업은 학기내에 반드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야만 통과할 수 있다!

“장애체험은 우리가 평소 접하던 공간이 아주 달라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걷지 못한다면 평소엔 가깝게 느껴지던 오르막길이 그 몇배나 길어지듯 공간이란게 조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죠.” 그럼 스킨스쿠버는? “중력을 벗어난 공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 교수 연구팀은 ‘미래’의 건축과 공간을 연구한다. 조 교수는 건축계에서는 거의 유일한 ‘미래학’ 연구자다. 우리가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는 미래도시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그의 전공이다. 실제 조 교수는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들어갔던 2003년 개봉작 <원더풀데이즈> 제작에 참여해, 극중 인공지능도시인 ‘에코반’의 모습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조교수가 단독으로 저술한 첫 책 <퓨즈 원더>(Future is Wonderful)는 미래의 건축, 미래의 공간에 대한 탐구서다. 지금부터 200년 뒤인 2205년까지 미래 사람들이 어떻게 살지 그 생존공간들의 모습을 예상하고 있다. 책 초반부에는 미래 도시의 세밀한 가상그림이 계속 이어지고, 그 다음 그 그림들을 설명한다.

책에서 조교수는 가까운 미래에는 일단 유비쿼터스 공간이 구현되면서 항시전용 공간과 전용공간을 컴퓨터 제어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유동 개념이 적용되는 ‘초공간아파트’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다음에는 이 유비쿼터스 아파트가 단일건축물로 연면적 50만평 이상에 2만세대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초매스건축으로 확장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후 21세기 중반 이후에는 도시들이 저마다 다양한 기술을 응용해 마그네틱 부력으로 유닛들이 공중에 둥둥 떠서 결합하거나, 유전기술로 거대화한 나무에서 동력과 에너지를 공급받는 방식 등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그린다.

이런 미래상은 지금 우리의 상식으로는 따라잡기 힘들만큼 급격하게 변한 모습이자 발상 자체가 지금 인식과 전혀 다르다. 그러나 불과 100~200년 전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을 생각해보면, 미래 도시의 모습이 조 교수의 생각처럼 지금 우리의 상상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은 무척 높아보인다. “유비쿼터스는 건축의 모든 것을 바꾸게 될 겁니다. 사고가 두뇌에서 발생하는 화학현상이 아니라 금속선에 연결된 반도체를 흐르는 전기적 현상이 될 수 있고, 디지털 공간은 단지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정보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공간으로 출현할 수 있지요.”


곧 지금까지 우리가 공간을 이야기할때 기본틀이었던 ‘유클리드 기하학’을 넘어서는 새 공간,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고 강력한 건축적 공간이 탄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인간이 대항해 시대를 맞아 뭍에서와는 달리 씨줄과 날줄같은 좌표란 가상의 기준선을 만들어냈듯 유비쿼터스 세상에서는 이제 새로운 공간 이해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 교수는 설명한다. 그리고 “오랜 잉태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공간의 모습을 갖춰 우리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유비쿼터스 공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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