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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이정환 지음. 중심 펴냄. 1만2000원 |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서 9200억을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서 1조4천억을 벌고
칼 아이칸은 KT&G 경영권을 넘본다
국부약탈 참담한 세계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론스타와 그 파트너들의 국부 약탈작전 전모’라는 부제가 붙은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중심 펴냄) 제1장 제1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2003년 9월, 자산규모 62조6033억 원에 이르는 은행의 소유권이 단돈 1조3834억 원에 넘어갔다. 이 은행은 2년 반 뒤에 6조4180억 원에 다시 팔려나갈 전망이다. 환차익을 감안하면 론스타의 시세차익은 무려 4조5008억원에 이른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얘기야 요즘 부쩍 매스컴을 타면서 새삼스러울 게 없는 얘기가 됐지만, 보통사람에겐 특히 조 단위로 올라가는 저 천문학적 액수는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을 것이다. 4조5천억 원이면 대체로 45억 달러 정도인데, 이 책이 인용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기사와 한번 견줘 보자.
“탄자니아와 골드만삭스의 차이를 아는가. 탄자니아는 1년에 22억 달러를 벌어서 2500만명이 나눠 갖는데, 골드만삭스는 26억달러를 벌어서 161명이 나눠 갖는다.”
아프리카 중동부 국가 탄자니아는 국토면적이 남한의 약 10배쯤되는 작지않은 나라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투자(투기)수익을 걷어가고 있는 미국 대형 투자은행이다. <가디언>의 보도는 좀 세월이 지난 것이겠지만 그 끔찍한 대비가 상징하고 있는 현실의 모순은 지금도 불변이다. 해소는커녕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깃발 아래 모순은 점점 더해가고 있다. 탄자니아의 지난해 구매력지수(PPP)로 환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00달러 정도였다. 북한의 지난 한해 총 수출액은 약 16억달러, 수입액은 약 24억달러였다. 45억달러면 북한의 연간 대외교역 총액보다 훨씬 더 많다.
론스타 차익 북한 한해 수출액의 3배
“2006년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식회사들이 주주들에게 나눠준 배당금은 모두 8조5878억 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가운데 42.9%에 이르는 3조6860억 원을 챙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3년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기업 인수와 증권투자를 통해 챙긴 이익은 모두 7조5000억 원에 이른다.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1998년부터 따지면 모두 150조 원 이상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그야말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꼴이다.” 150조 원이면 1500억 달러다. 탄자니아의 지난 1년간 국내총생산은 268억 달러.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란 본질적으로 기껏 몇백명이 웬만한 국가의 몇천만 인구가 1년 내내 일해서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손에 쥘 수 있는 재화(돈)를 단 몇건의 투자(투기)로 간단히, 그리고 합법적으로 빼앗아갈 수 있도록 세상의 모든 제도와 규칙을 그 몇백명이 요구하는 식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그 결과 피할 수 없는 야만적 약탈에 대한 면피용으로 그 몇백명이 내세울 수 있는 궤변 내지 윤리·도덕적 가식은 이런 뻔뻔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너희들도 그렇게 하면 될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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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수 등 국제금융자본들의 천문학적인 한국내 각종 투자(투기)사업에 법률자문 등으로 직접 참여했을 뿐 아니라 광범위한 금융인맥 네트워크를 토대로 외국자본의 한국진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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