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7 21:12
수정 : 2006.04.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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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1·2
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 미래M&B 펴냄. 각권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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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22%나 되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의 전화조사 결과, 천동설이 옳다고 대답한 미국 대졸자는 9%나 됐다. 우리는? 2004년 한국과학문화재단의 ‘과학기술분야 이해도 조사’에서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고 옳은 답변을 한 사람은 86%, 지구가 태양을 일년에 한번 돈다고 정답을 맞힌 사람은 63%뿐이었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대중을 교육하면 이해가 깊어져 과학기술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질 것이라는 ‘대중의 과학 이해 이론’(PUST)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20세기 후반 과학대중화론자들의 노력으로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음에도 대중의 지식은 여전히 빈약하고 과학에 대한 태도 역시 별 변화가 없다. 이론가들은 하여 최근 ‘대중과 과학의 연관짓기 이론’(PEST)을 새로 세웠다. 대중이 주목하는 문제나 이슈를 통해 과학을 연관짓도록(engagement) 해 구체적 행동으로까지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난치병·불치병’이라는 문제를 고리로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사회의 인지를 높여 난자 기증이라는 행위를 이끌어낸 것은, 상궤를 벗어났다는 꼬리표를 달기는 했지만, ‘연관짓기 이론’의 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논문 조작 사건이 벌어진 뒤에는 황 전 교수의 과학적 부정행위 자체가 연구윤리 문제를 대중과 연관지어주는 매개가 됐다.
논문 조작 사건이 대중의 과학에 대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가늠하기 섣부르지만, 황 전 교수는 과학자가 대중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과학 대중화에 효과적인지를 보여줬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이기적 유전자>가 훌륭한 대중 과학교양서로 손꼽히는 이유도 이 대중과 과학의 연관짓기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과학자 94명이 100가지 과학토픽을 집필한 <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미래M&B 펴냄)은 이런 의미에서 대중의 과학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 긍정적 태도를 가지도록 하기에 필요충분 조건을 갖춘 ‘토종 과학교양서’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우리의 뇌는 어떻게 과거를 기억할까’,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의 ‘멸종 위기의 생물은 어떻게 복원할까’, 이수종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의 ‘우주의 수수께끼를 아세요?’ 등 대다수 토픽이 과학자들 스스로 평생을 바쳐 연구해온 주제들이어서 독자들은 잠수정을 타고 바다여행을 하듯 생생한 과학탐방을 즐겨도 좋겠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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