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30 21:13
수정 : 2006.04.3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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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경주박물관에 있는 신라 거찰 황룡사의 복원 모형.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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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부족 잘못 지을수도”
“고증·시행 절충방식 가능”
국내외 전문가들 각인각색
국제학술대회 논란 부상
1300여년 전 신라 왕실이 경주 벌에 93년 걸려 지은 동양 최대의 옛 절과 25층 빌딩 높이의 목탑을 오늘날 다시 세워야 할 까닭은 뭘까? 짓는다면 당시 양식, 기술을 되살릴 수 있을까?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28~29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마련한 황룡사 복원 국제학술대회의 쟁점은 이 두가지였다. 문화관광부의 경주 역사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얼굴인 ‘국민문화재’ 황룡사 복원안의 방향을 전문가들끼리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물밑 논란을 처음 공론화했다는 의미 외에 시원한 결론은 없었다. 건물 본얼개 등을 밝힐 유물, 문헌 사료 등이 거의 없는 현실 탓이다.
보존전문가 니컬러스 스탠리 프라이스는 “문화재 관련 국제헌장 등에서 복원은 단지 예외적 상황에서완벽한 뒷받침 증거가 있을 때만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라며 “복원 유적이 나중에 대개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영국의 옛 로마유적 복원사례를 제시한 요크대의 제인 그렌빌 교수, 고대 일본 도읍 헤이조쿄를 복원한 구보데라 시게루 나라문화재연구소 건조물연구실장 등도 자국 복원 사례들이 당대 다른 유적과의 양식, 구조 분석과 30년 이상 여러 전문가들과의 장기 논의를 거친 결과임을 알렸다. 재건·중건 등 용어 혼선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내 참석자들의 발언은 당위론을 맴돌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배병선 황룡사 복원사업단장은 “사전 연구와 복원 실행안을 절충해 순차적 복원이 가능하며, 현시점에서 완공까지 2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했으나 구체적 대안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1970년대 황룡사 발굴 주역이던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건물 기단과 1층 구조 복원은 가능하며 나머지 부분도 순차 복원하면 될 것”이라며 “앞서 복원 연구를 전담할 자료관부터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0년대 이후 점차 높아진 교육, 관광 차원의 활용 요구를 수용하자는 복원 명분론도 나왔다. 국립경주박물관장, 건축가 승효상씨 등은 고증자료 부실과 절터 흔적 훼손을 우려했지만, 조유전 관장, 김홍식 명지대 교수 등은 폐허만 남은 절터에서 국민들이 역사적 의미를 느끼기 어렵다며 추정과 상상력이 가미된 복원론을 주장했다. 김홍식 교수는 명상센터, 십팔기 도량, 사판승 학교, 관광 상가 조성 등 분양 설명회를 방불케 하는 활용안을 내놓아 실소를 자아냈다. 건축인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현재 복원의 핵심 바탕인 고고·미술사 연구자료 검토가 미흡했고, 시민 대표도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경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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