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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최전선에선 지금 무슨 일이? |
美 생명공학자 7인의 이야기 담은 책 발간
생명공학은 우리를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데려갈 수 있는 수단이다.
이처럼 양면성을 지닌 생명공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일반대중이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공론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우선 일반인들이 생명공학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E 던컨이 쓴 '내 DNA를 가지고 대체 뭘 하려는 거지?'(황금부엉이 펴냄)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은 생명공학의 최전선에 있는 개척자 7명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과 인간, 줄기세포 연구, 인간 복제, 생명 연장 등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제임스 왓슨, 시드니 브레너, 폴 버그, 더글러스 멜튼, 신시아 케년, 프랜시스 콜린스, 크레이그 벤터 등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노벨상을 받았거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실력자들.
4년간 이들을 인터뷰한 저자는 독자를 이들의 서재와 연구실로 데려가 거기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인류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을 신화 속 등장인물에 빗대어 소개한다.
가령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자식을 위해 배아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더글러스 멜튼은 인류에게 불을 선사한 프로메테우스에 비유된다.
노화와 생명 연장을 연구하는 신시아 케년은 구약성서의 이브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민 크레이그 벤터는 파우스트와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는 주인공들의 연구 성과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들을 추궁하기도 한다.
줄기세포 전문가인 더글러스 멜튼에게는 인간의 뇌를 지닌 원숭이를 만드는 기술이 현대판 프랑켄슈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인간의 수명을 400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신시아 케년에게는 영원히 살 수 있는 불로장생약이라며 가짜 약을 팔았던 사기꾼들의 역사를 환기시킨다.
프랜시스 콜린스와 크레이그 벤터에게는 그들이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비윤리적 행태들을 비꼬기도 한다.
김소정 옮김. 360쪽. 1만3천500원.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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