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0 18:09
수정 : 2006.05.10 18:09
서지학자 후지모토 5만여권 중 1차 목록집 펴내…“전체의 95% 파악”
고려 때부터 지금까지 일본에 유출된 우리 옛 책 5만여권의 색인 목록이 일본 서지학자의 손으로 모아졌다.
일본 교토대 출판부는 조선시대 서지학 권위자인 후지모토 유키오 (65) 도야마 국립대 교수가 평생 작업한 성과를 담은 〈일본 현존 조선본 연구〉의 첫 권 ‘집부’(集部: 개인문집)를 지난달 말 발간했다.
‘집부’는 1350쪽 분량으로 고려 말~조선시대의 개인문집 3000여종, 1만권 이상의 목록을 실었다.
후지모토는 중국 고서분류법에 따라 경(경전), 사(역사), 자(자전), 집(문집)별로 일본 내 우리 고서의 목록을 만들었는데, 처음 나온 것이 바로 집이다.
목록에 실린 문집으로는 조선 전기 학자 김종직이 당나라 시인 이하의 시를 엮은 〈이장길집〉 1권 1책, 안평대군이 송대 정치가 왕안석의 시를 간추린 〈비해당반산정화〉 6권 2책, 문신 강희맹의 문집 〈사숙제집〉 17권 4책 등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나 희귀본들이 다수 포함됐다.
고서의 저자와 판본, 각수(판목 새긴 사람), 장서인, 종이질, 활자, 간행연도 등의 서지 정보도 망라됐다.
후지모토는 1967~70년 서울대에서 유학했으며 귀국한 1970년부터 궁내청 도서관과 동양문고, 국회도서관, 도쿄대, 교토대 등의 도서관과 각지 개인서고, 영국 대영박물관 등 100여곳을 훑으며 책을 확인하고 목록을 옮겨적는 등의 방식으로 작업을 마쳤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책들을 확인했으나,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며 “유출본의 95% 가량을 찾아내 목록화한 만큼 조선학을 공부하는 세계 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지학 연구자인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는 “후지모토 교수는 조선 고서 판본 등을 연구한 몇 안되는 일본 학자로 국내에서도 평판이 높았다”며 “조선초 문집 소장처 등의 기본 정보를 정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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