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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1 15:05 수정 : 2006.05.12 17:12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황토방의 아침

지난 토요일 희한한 곳을 다녀 왔다.

전주 근방 마이산 근처인 진안군의 심심 산골짝에 무릉골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야 말로 무릉도원이었다. 한여름에도 추운 골짜기 중의 골짜기.

그날 모인 수십명이 거기서 밥이랑 구운 고기랑 나물이랑 막걸리들을 마시고

밤이 되자 도깨비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었다. 한가락씩 한다는 예인들, 그러니까

가수 지중해씨, 아쟁하는 이문수씨, 재즈가수 여자 분, 동네 풍물패, 각설이 타령.


장석열 시인 목사님의 시 낭송, 우리가 두목님이라고 부르는 멋쟁이 옥계 변영숙여사의

가야금과 그의 큰딸 예랑이의 명 가야금 연주, 작은 딸 사랑이의 사랑가… 등등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이 둘러 앉은 가운데 정말 자유롭고 정겨운 놀이판이

벌어졌던 것이어서 소쩍새와 산신도 몰래 들어 와 볼 수 밖에 없던 밤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건 뭔가? 꿈인가 생신가?

서울서 돈을 벌어 오십이 넘으면 반드시 시골 골짜기에 내려와 황토집을 짓고

살자고 맹세한 분이 있었다. 박희종씨라고, 이분 내외가 이곳을 발견하고 정착,

사람들에게 장소를 제공하며 그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 매년 5월 초가 되면 그동안

정들었던 지인들이 각자 먹을 것을 들고 와 이렇게 놀기가 10년….

그 집 뒤로는 거의 안 벌고 거의 안 쓰는, 문학하는 박선자씨 부부가 살고 있고….

그 무엇들도 다 좋았는데 더욱 인상에 남는것은 황토방의 아침이다.

내 소원 중의 하나가 뜨끈한 황토방에서 등을 지지고 아침에 문을열고 새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이루어졌다. 참나무 폐목으로 군불을 때고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여니 저기 산안개 피어 오르고 새소리

아이들 소리, 졸졸 거리는 개울물 소리…. 아, 이런 데서 일주일만 자고 나면

만병이 다 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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