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1 20:43
수정 : 2006.05.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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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부모
니나 브라운 지음. 이양원 옮김. 모멘토 펴냄.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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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신에게 이런 증상이 있는지 살펴보자.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을 경계하거나 두려워한다. 누군가가 강렬한 감정을 느끼면 못 견뎌하거나 뒤로 물러선다. 누군가가 보살핌을 원하거나 원하는 것처럼 보이면 불안하거나 전전긍긍한다. 이런 증상이 없다면 또 이런 증상은 어떤지 돌아보자.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남들의 마음에 들지 늘 신경쓴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책임감을 느낀다. 쉽게 친밀한 관계에 빠진다.
전자의 증상을 ‘포위 반응’이라고 하고, 후자의 증상을 ‘순응적 반응’이라고 부르는데 이 둘 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부모 아래서 자란 자녀가 겪는 정서적 문제다. 차이가 있다면 부모의 이기성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해온 자녀는 ‘포위 반응’을 나타내고, 자기밖에 모르는 부모가 걱정돼 어릴 적부터 부모를 챙겼던 이른바 ‘애어른’(전문용어로 ‘부모화된 아이’)은 ‘순응적 반응’을 나타낸다.
<철없는 부모>(모멘토 펴냄)는 이런 저런 종류의 ‘이기적 부모’ 아래서 자라난 자녀들을 위한 ‘부모 극복 가이드’다. 부모를 만날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모를 만나고 나면 매번 속이 부글부글 끓고 또 부모를 다시는 만날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성인 자녀들에게 각종 테스트 질문으로 부모의 상태 및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게 만든다. 그런 뒤 ‘오호라! 나의 모든 정서적 고통의 근원이 부모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독자를 위해 구체적인 지침을 내린다. 단 대전제는 ‘부모가 변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 책은 가혹하리만큼 부모는 설득이나 상처에 대한 호소를 통해서도 단 1%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외려 자녀가 설득이나 호소를 할수록 더욱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면 이런 부모들은 자녀들의 설득과 호소에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이란 이런 것들이다. 부모와의 사이에 심리적 방호벽을 만들어 부모의 어떤 발언에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 때론 부모의 말을 못 들은 척 하고 무신경하게 대꾸한다. 나아가 부모에게 아부해서 부모의 공격성을 저하시킨다. 여기에 오면 다소 갸우뚱해질 독자가 많을 것 같다. 세상에 그렇게까지 못돼먹은 부모가 있을까? 저자 니나 브라운은 미국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딴 상담 전문가로 미국에서의 상담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것을 감안하고 책을 읽는다면 그렇게 황당무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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