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5.18 21:03 수정 : 2006.05.19 16:48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미다스북스 펴냄. 1만3000원

잠깐독서

(1997년). 미국국적의 중국계 2세 여성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 아이리스 장이 써서 세계적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이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미다스북스 펴냄)라는 이름을 달고 번역 출간됐다. 상상을 절하는 일본 제국군의 충격적인 난징 대학살 만행(1937년 12월13일 이후 7주간)을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당시 현지 생존자 및 일본군쪽 증언과 자료, 서양 선교사들과 사업가들의 고발 등을 토대로 되살려냈다.

영어로 된 최초의 본격적인 난징 대학살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99년에 이끌리오에서 펴낸 적이 있으나, 미다스북스쪽은 당시 국내에선 이 책의 의미가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다며 최근 과거사 인식과 영토분쟁을 둘러싸고 불거진 일-중, 일-한간의 첨예한 갈등을 계기로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책 출간 뒤 일본 우익세력의 끊임없는 협박에 시달리던 저자(당시 36살)가 2004년 11월9일 캘리포니아주 남쪽 17번 고속도로변 길가 차 안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사실도 극적인 추가요소로 주목할 만하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을까?

인간 존엄성을 조롱하며 치욕의 극한까지 치달았던 당시 일본군 만행에 대해 대다수 세계인은 잊고 있고, 치부가 드러나자 당황한 가해자들은 저자를 협박하며 진실을 호도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오히려 피해자를 자처하며 지난 죄업을 미화하고 있는 가해자들의 수상쩍은 최근 행보가 재출간에 새로운 의미를 안겨주고 있다.

도쿄도 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는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 때 말했다. “사람들은 일본이 난징에서 대학살을 저질렀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이 꾸며낸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일본은 국가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극우 이시하라니까 으레 하는 막말이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 일본 집권당 핵심을 비롯한 지배그룹 대다수의 생각이 그와 별로 다르지 않다. 이 책 내용은 난징의 진실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저자는 썼다. 난징 학살은 일본제국주의 중국침략 만행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중국침략은 한반도 강탈을 포함한 일본제국주의 죄업의 일부일 뿐이다. 그 진실의 문을 막 열어제치는 순간 아이리스 장은 비명에 갔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