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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도서출판 온돌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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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원인·갈등해결법 대신 생명·환경·차별을 화두로 공존하는 미래 실천 강조
나는 이렇게 읽었다/고병헌 지음 <평화교육사상> 지금도 지구촌 이곳저곳에서는 민족·종교·인종간 갈등이 누군가에 의해 부추겨지고, 하루에 평균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고, 군수산업은 끝간데 없이 성장하고 있다. 물질적 생산능력이 뛰어난 나라들은 약한 나라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한다. 미국이 이라크 어린 아이들의 팔과 다리를 잘라내며 자본을 쌓아가고 있는 것처럼. 굳이 ‘장애인의 날’이라고 정한, 허울뿐인 그 날에도 이 땅에 살고 있는 400여만 명의 장애인들은 이동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평화가 무엇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끊임없는 물질적 탐욕에 파괴되는 인간성, 인간관계, 자연환경을 돌아보면서 갈 길을 모를 때, 이 책을 들었다. 같은 출판사에 나온 ‘교육의 역사와 철학’ 총서 중 열다섯번째 책이다. 평화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대학교와 여러 단체에서 강의와 평화교육 강연을 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나의 물질적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도 된다는 ‘국익론’에 몸서리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욱 가슴저리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것이 평화교육의 부재, 자본주의적인 교육과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평화적 삶 살기’에 초점을 맞춘다. 평화의 의미, 평화교육의 중요성, 비폭력 평화교육 등에 대해 풀어놓고 레오 톨스토이나 마하트마 간디, 헨리 데이빗 소로우, 존 러스킨, 마틴 루터 킹의 삶 속에서 평화적인 삶의 모습을 찾아낸다. 또한 크리슈나무르티, 몬테소리, 데이비드 힉스 등 대표적인 평화사상가들의 평화관을 정리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가치관 정립이다. 평화교육이란 “사회의 주류 가치체계의 엄청난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가치체계의 근본적 성격을 자신이 지향하는 평화의 개념과 조화시키는 일”이며 평화교육은 “학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위한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실천”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더더욱이나 평화교육은 단순히 분쟁의 원인이나 갈등 해결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평화를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평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떠올리지만 책에서는 그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된다. 내가 소중한 것처럼 타인도 소중하고, 존재하는 모든 생명, 환경이 소중하다.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어야 하고 그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간은 폭행, 전쟁과 같은 물리적인 폭력 외에도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하는 사회구조적인 폭력, 지배자들에게 유리한 가치관이나 신념 체계를 정당화하는 지식인의 문화적 폭력에까지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자나 평화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기아, 군수산업, 불평등과 차별, 착취, 환경오염 및 파괴 등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자신의 평화 철학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좋은 재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폭력 개념과 실제 평화교육 및 평화운동과의 접목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듯하고, 목차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느낌도 준다. 또 대한민국의 국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며 물질적인 가치관을 강조하는 제도권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시민운동 차원에서 평화운동을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지 하는 구체적 실천문제도 좀 더 따져봤으면 좋았겠는데, 달리 보면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의 음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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