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4 21:10
수정 : 2006.05.24 21:10
새소설 낸 수원 남부서 박병두경위
성폭행사건 몰래 조사한 실화 바탕
경찰관들 사이에서 ‘문인’으로 잘 알려진 수원 남부경찰서 민원실장 박병두(42) 경위가 자신이 직접 수사하고 겪은 경험담을 소재로 장편소설 〈그림자 밟기〉(이른아침 펴냄)를 냈다. 1998년 〈유리상자 속의 외출〉에 이어 두번째.
1990년 실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꾸민 소설은 “연쇄 성폭력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찰과 범인 사이의 대결,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 등을 다뤘다”고 박 경위는 설명했다.
소설은 수도권 도심 주택가에서 벌어진 2인조 강도사건 현장에 출동한 주인공 남도영 순경과 30대 초반 여성 피해자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성폭행 당한 피해자는 가정 파탄을 우려해 남 순경에게 사건을 묻어 줄 것을 부탁한다. 남 순경은 사건을 보고하지 않고 은밀히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범인들은 이를 알아채고 피해자를 협박해 들어온다. 결국 남 순경은 사건을 은폐한 비리 경찰로 몰려 중징계를 받고 피해자는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박 경위는 “소설 속 주인공 남 순경은 경찰에 막 입문했을 당시의 바로 나”라며 “소설 뼈대는 실화지만 등장인물들의 사랑 이야기 등은 허구를 가미했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받았는데, 당시 〈한겨레〉 등 대부분 언론에 보도됐다.
박 경위는 “순수한 마음이 앞서 피해자를 도우려다 곤란한 처지에 놓였지만 모두가 가슴 아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반인륜적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담은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1992년에는 〈월간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이육사문학상을 받았다. 1988년 경찰에 투신한 박 경위는 경찰 생활을 하며 한신대 문예창작과와 아주대 국문학과 대학원을 마쳤다.
수원/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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