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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5 21:24 수정 : 2006.05.25 23:35

25면

손자 이성렬씨 15년간 증언·자료 모아 ‘반쪽 삶’ 재구성

<고향>, <두만강> 등을 쓴 리얼리즘 소설가 이기영 평전이 나왔다. <민촌 이기영 평전>(심지 펴냄)이 그것. 지은이는 민촌의 손자 이성렬(61)씨. 15년 노력의 결과다.

이기영(1895~1984)은 식민시대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를 대표하는 작가. 1, 2차 카프사건으로 붙잡혀 옥고를 치렀고 일제 말기에는 붓을 꺾고 은둔하여 농사를 지었다. 광복 뒤 월북하여 타계할 때까지 38년 동안 ‘북조선문학예술동맹’을 이끌었다.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외교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북한 리종혁(70)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그의 아들이다.

“민촌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신여성과 연애해 월북했다고 알려졌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지은이 이성렬씨는 민촌의 ‘조강지처’ 조씨 소생의 손자. 지은이가 밝힌 ‘제2 부인’은 신여성이 아닌 민촌의 죽마고우 홍진유(1894~1928)의 여동생 홍을순. 홍진유는 사회운동가로 세차례 옥살이 끝에 타계하고, 민촌은 첩으로 팔려갔다가 뛰쳐나와 오빠 옥바라지를 하던 홍을순과 동거하게 되었다.

“민촌은 적빈의 몸으로 동지의 유가족을 보살폈다고 할 수 있어요. 평전을 쓰면서 조부에 대한 오해를 풀었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할아버지라서 조사를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그를 잡아둔 것은 민촌의 인품이었다고 말했다.

평전은 민촌의 회고담을 축으로 하여 그의 여러 작품을 대조하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주위 친지들의 증언과 조사한 자료를 엮어 민촌의 삶을 재구성했다. 민촌은 자신의 경험과 가족사를 유독 많이 작품화한 것으로 꼽힌다. 들풀 같은 생명력을 가진 민촌의 서모가 변주를 하면서 소설에 등장해 작품을 풍요롭게 하고, 민촌의 민족애·민중정신이 선친한테서 물려받은 것임도 추론해냈다.

<고향>의 대미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눈에 띈다. <고향>은 신문에 연재되던 중 민촌이 1934년 8월 카프 2차사건으로 검거되면서 전체 252회 중 217회 이하를 작가의 부탁으로 김기진이 썼다. 추후 민촌이 이의를 달거나 개작하지 않아 평자들은 대수롭잖게 여기지만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쓰였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소설은 주인공이 지도하는 소작쟁의가 승리하는 것으로 매듭되나 주인공과 여성동지의 관계는 도덕적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전작인 <서화>, 후작인 <땅>에서 일관되게 조혼의 폐습 타파를 주창한 점을 들어 정반대로 결말지었다는 것이다.

월북 이후의 행적은 끝부분에 간단히 정리했다. 지은이는 “월북 이후를 다루는 평전 2부는 통일 이후 다른 사람이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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