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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5 22:27 수정 : 2006.05.26 17:22

문명들의 대화
뚜웨이밍 지음. 김태성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2만원

하버드대 대표적 신유학자 “동아시아 움직이는 유교
타문명 널리 이해해야 유교문명 더 발전시킬수 있어”

하버드대에서 오랫동안 일본역사와 문화를 가르쳤고 주일 미국대사로도 재직(1961~66)했던 에드윈 라이샤워(1910~90)가 73년에 쓴 ‘중국어 세계의 전망’(<포린어페어스> 수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들어 있다.

“동아시아인들은 집단의 우애에 대한 강조, 정치의 통일, 고도의 조직기능, 엄격한 직업윤리, 거대한 교육적 동력 등 몇 가지 중요한 기질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질 덕분에 일본인들은 …20세기 초 거대제국으로 발전했으며… 계획경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다른 모든 동아시아 국가와 지역들도 점차 일본인들의 기록을 쇄신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및 지역으로 한국과 타이완(대만), 홍콩과 싱가포르 등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만일 베트남(평화를 쟁취할 수만 있다면)과 중국, 북한의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생겨 경제발전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제공될 수 있다면 장차 이러한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어떤 모습일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라이샤워의 예언은 적중했다. 당시까지 한국은 아직 북한의 경제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던 때였고, 베트남은 종전까지 2년을 남겨두고 있었으며, 중국이 덩샤오핑 주도로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것은 78년께부터였다. 북한을 예외로 하면 그 뒤 이들 동아시아 주요국들의 경제성장속도는 일본의 기적을 재연하거나 능가했다. 라이샤워가 강조한 ‘중요한 기질’이란 동아시아 특유의 유교적 전통을 가리킨다.

유교가 전세계적으로 일거에 일반인들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역시 경제적 사건들 덕이었다. 1997년 말 한국 등 동아시아를 휩쓴 통화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는 동아시아 경제기적을 하루아침에 박살내면서 그 경제적 성공의 초석이라며 서방이 입에 마르도록 상찬했던 유교적 덕목들을 졸지에 부패한 ‘아시아적 연고 자본주의’의 원흉으로 전락시켰다. 한국에서 ‘공자가 죽어야(살아야) 나라가 산다’류의 유교 논쟁에 불이 붙은 것도 그 언저리였다. 기실 유교는 통화위기의 궤멸적 위력에 압도당한 서방이 바로 어제까지의 상찬을 비난과 조롱으로 뒤바꾸는 위선적 태도 표변으로 내동댕이쳐지기 오래 전부터 이미 금치산자 취급을 당해왔다. 3·1운동 뒤를 이은 1919년 중국 5·4운동 이후 전통유교는 중국 본토에서부터 서세동점의 동아시아 패배 원흉으로 지목당하면서 끝없이 추락했다. 라이샤워가 간파한 것은 그럼에도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행위와 사람을 대하는 생활철학속에 여전히 깊은 뿌리가 남아 있던” 유교였다.

<문명들의 대화>(휴머니스트 펴냄)는 5·4운동을 계기로, 기세등등하던 서구의 계몽주의에 낭자하게 유린당한 유교가 그 혹독한 시련기를 거치면서 적응하고 변용한 끝에 되살아난 ‘신유학’과 그 창조적 부활의 토대가 될 문명들간의 대화에 관한 사유를 다루고 있다. “지금은 어느 문명에 속하든 간에 다른 문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유교 문명에 속한 사람들도 다른 문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유교 문명 자체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각종 문명은 하나의 융화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문명 간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최대한 타자의 독특한 특성을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와 타자와 타문명이 융화되어 이루어진 절묘한 다양성을 체험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인식을 더욱 풍부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는 우리에게 모든 사람들을 진정으로 포용할 수 있는 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지은이는 미 하버드대 예칭연구소 소장직을 역임한 뚜웨이밍(66) 교수. 중국에서 태어나고 대만에서 자랐으며 미국 하버드대 철학박사로 그곳 중국학 종신교수이자 미국 인문예술 및 과학아카데미 원사. 현대 신유학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한사람이며 ‘유교적 전통이 가장 짙게 남아 있는’ 한국사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책은 66년 옌칭연구소장직을 맡아 ‘문명의 대화’ ‘계몽의 반성’ ‘유학의 창신’ ‘문화중국’ 등 네가지 논역에 천착하던 저자가 2001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초청으로 ‘문명의 대화’에 참여하게 되면서 기획됐다. 유엔총회 보고서 ‘두가지 화두, 세계화와 다양성의 이해’ 외에 ‘동아시아 흥기’ ‘신유학의 인문주의’ 등의 논문들과 강연, 대담들을 묶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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