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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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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존슨, 웅진지식하우스, 2006 지난 해 우리 출판시장의 화두는 심리학이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비롯해서 <유혹의 심리학> <선택의 심리학> <심리학의 즐거움> 등 다양한 심리학 관련 서적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인간관계가 점점 중요시 되는 현대사회에서 심리학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경향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올해 출판계는 작년에 불었던 심리학 열풍을 신경과학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듯 뇌에 관한 책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덕분에 해외에서도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신간까지 발 빠르게 번역해 펴내고 있다. 그러나 엄연히 신경과학은 자연과학의 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인문사회과학 분야로 분류해 출간하는 것은 신경과학자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인간에 대한 자연과학적 접근인 신경과학은 본질적으로 인문학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하지만 시장논리에 의해 자연과학 코너에서 신경과학 책들을 만날 수 없는 것은 온전히 독자들만의 불편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과학 코너에서 만나는 신경과학 서적은 오히려 반갑다. 최근 출간된 신경과학 서적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굿바이 프로이트>다. 첫 번째 이유는 <이머전스>(김영사)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는 스티븐 존슨의 2004년 신간이라는 점이다. 뉴욕스타일의 세련되고 위트 있는 문체로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과학저널리스트 스티븐 존슨은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하는 능력과 그것을 감각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과학저술가다. 그래서 그의 책은 기대해볼만 하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의 제목에 있다. 이 책의 원제는 <마인드 와이드 오픈>, 다시 말해 ‘마음을 활짝 열고’ 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인 ‘눈을 크게 뜨고’에서 눈 대신 마음으로 바꾼 이 표현에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 ‘마음을 활짝 열고 마음을 들여다 보다’라는 위트와 함께, ‘뇌의 활동을 통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라’는 뜻도 들어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인 ‘굿바이 프로이트’이다. 올해는 프로이트가 탄생한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막대하다. 그런데 뇌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하던 시절에 만든 그의 정신이론이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할까? ‘프로이트는 과연 옳았는가’에 대해 이 책은 앨런 홉슨의 <꿈>(아카넷)에 비하면 훨씬 품위있는 방식으로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스티븐 존슨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문학적 은유로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무의식적 과정’과 ‘분열된 자아’라는 개념 외에는 거의 새롭게 써져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성장이 주는 보상은 경험을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빛에 비추면서 서서히 돌려보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67년 전에 사망했지만, 그 사이 신경과학은 급성장했다. 신경과학의 빛으로 비추면서 꼼꼼히 프로이트의 이론을 서서히 돌려보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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