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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1 22:32 수정 : 2006.06.02 16:49

불교미술 기행
조병활 지음. 이가서 펴냄. 1만5000원

아깝다 이책

어느 휴일, 60대 중반이신 어머니께서 마루에 누워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낸 <조용헌의 사찰기행>이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전국의 유명 사찰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찰까지 유래와 스님들의 일화 등을 아주 구수하고 쉽게 쓴 책입니다.

세 시간쯤 지났을까. 어머니께서 몇 페이지나 읽으셨는지 궁금해진 나는 책을 들춰본 후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한 25페이지 분량까지 까맣게 손때가 묻어 있었습니다. 그 후로도 매일 책을 읽으셨지만 더 이상 몇 페이지가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며칠 후, 불교 관련 신문사 홈페이지를 검색하다 한 편의 좋은 원고를 찾았습니다. <불교신문> 조병활 기자가 6개월 동안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지역 등을 답사, 취재해 쓴 ‘한국 불교의 원류를 찾아’(43회)라는 기획 연재물이었습니다.

불교미술을 다룬 독특한 원고였지만, 그 원고에는 한국 불교의 원류와 부처의 탄생에서 열반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열흘쯤 뒤, 저자와 원고 계약을 한 후 원고를 받았습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도록도 가지고 왔습니다. 원고 교정을 보기 시작한 지 사흘쯤 지났을 때 더 이상 원고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읽어 보아도 그 뜻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순간 얼마 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곧장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 뵙기를 청했습니다. 다음날 저자를 만나 어머니의 일화를 말씀드리며 몇 가지 사항을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불자이십니다. 아들이 출판사로 이직하자 60세가 넘으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들이 만든 책 한 권 한 권을 읽어주는 어머니 모습이 참 고맙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제가 쉽고 재미있게 읽고 만든 책이 30년 넘게 절에 다니셨는데도 어머니께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저자는 제 말을 듣고 웃으시면서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주일 후 저자가 원고를 다시 보내왔습니다. 원고를 읽는 동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저자가 보내온 원고에 불교 용어는 물론 일반 단어에도 한자와 간단한 설명이 아주 쉽게 적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진설명도 누가 읽어도 이해가 쉽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문체도 부드럽게 고쳐져 있었습니다.

이런 편집과 저자의 배려 끝에 세상에 나온 책이 <불교미술 기행>입니다.

이 책은 조각 속의 인물은 누구인지, 부처의 다양한 손동작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눈과 머리카락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얇은 옷은 왜 그런지 등 부처의 몸짓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조각상, 벽화, 탱화 등 부처의 모습이 담긴 세계 10여 개국 42점의 불교미술 작품이 담겨 있습니다. 즉, 불교의 문외한인 사람이라 해도 알기 쉽게 쓴 훌륭한 ‘부처님 해설서’입니다. 또한 이 책은 2005년 불교출판협회 선정 ‘올해의 불서’의 선정되었습니다.

요새 어머니의 방을 열어 보면 흐뭇해집니다. 얼마나 여러 번 읽으셨는지 아주 오래된 책처럼 손때 묻은 책 한 권이 어머니 베개 맡에 놓여 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어머니께 받은 사랑만큼은 못 되더라도 한 자 한 자 어머니의 가슴에 새긴다는 마음으로 만든 책입니다. 종교를 떠나 가슴으로 만든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최정원/이가서 출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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