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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1 22:34 수정 : 2006.06.02 16:49

사진의 경쟁
박평종 지음. 눈빛 펴냄. 9500원

잠깐독서

한 사물이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또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건 제 몸에 와 부서지는 빛 때문이다. 사람이 여러 사물을 구분해 인식할 수 있는 것 또한 물체에 부딪쳐 반사되는 빛 때문이다. 영원하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빛, 어떻게 하면 이 빛을 붙잡아 둘 수 있을까? 인간이 인지하는 대상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빛을 잡기 위한 노력이 사진의 발명과 사진기술의 발전을 부추긴 원동력이었다.

1839년 프랑스 학술원이 사진술의 발명을 공식적으로 선포했을 때, 그것은 빛이 빚어낸 순간의 광학이미지를 영존하는 시각이미지로 고정시킬 수 있게 되었음을 선언한 것이었다.

<사진의 경쟁>(눈빛 펴냄)은 발명 초기의 사진과 사진가들의 얘기를 다뤘다. ‘사진의 발명과 19세기 사진의 선구자들’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그 동안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던 19세기 사진가들의 노력과 새로운 모색이 15개의 주제로 나뉘어 담겨있다. 빛과 겨루려는 사진가의 욕구가 메카니즘의 진보로 실현되고, 기술적 한계의 극복이 새로운 영역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 37명의 사진가들 얘기 속에 사실적으로 녹아있다.

귀족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초상화를 값싸게 대체한 초상사진이 일반대중의 환호를 불러일으켰지만,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한 시간 가까이 서 있어야만 겨우 이미지를 고정시킬 수 있었던 발명 초기의 에피소드. 서양의 제국주의 시장개척을 위해 사진이 활용된 실증적인 예로, 조선을 최초로 기록한 사진가가 신미양요 때 미국의 아시아함대 종군사진가였다는 얘기 등 책 곳곳에 숨은 진주를 캐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의 세기로 활짝 피어날 20세기를 위해 19세기 사진가들은 과연 무엇을 준비했는지 궁금한 이들에겐, 사진과 사진가에 대한 평가나 해석은 뒤로 돌리고 객관적인 사실을 고갱이로 다룬 이 책이 깊고도 오랜 울림을 남길 성싶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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