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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8 21:11 수정 : 2006.06.09 14:56

김동수/경남 진주시 하대동 새누리교회 목사

나는 이렇게 읽었다/장정일의 <삼국지>

나의 아이들 인헌, 서헌, 체헌 보아라. 아빠가 읽은 책 중에 [삼국지]라는 책이 있다. 약 1800년 전 중국이 한나라는 이름을 가졌던 시대였다. 한나라에는 ‘황제’라는 분이 계셔서. ‘황제’는 선거로 뽑는 것은 아니야. 어려운 말로 ‘세습’인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황제를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당시 사람들은 황제를 ‘천자’라고 불렀는데 쉽게 말하면 ‘하나님의 아들’이야. 하나님의 아들이면 힘이 엄청 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무 힘이 없었다. 스스로 황제가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 조조, 유비, 손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조조는 위나라, 유비는 촉나라, 손권은 오나라를 세웠다. 그 중에 유비라는 사람은 한나라의 황족 출신인데 한나라를 회복시킨다는 가장 큰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세 나라는 광활한 중국을 통일하기 위하여 어떤 때는 동맹하고 어떤 때는 전쟁을 했다. 동맹과 싸움의 과정을 이야기로 기록한 책이 있는데 삼국지라는 책이야.

삼국지는 중요한 사상이 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이다. 물론 내면에는 지극히 조조, 유비, 손권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삼국지의 중화주의 중심에는 유비를 두고 있다. 이유는 한나라 황족이기 때문이야. 아마 조조가 황족이었다면 중심인물을 조조로 설정했을 것이다. 유비를 통한 중화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유비도 황제가 되고자 했기에 자기중심주의와 중화주의의 혼합사상이 삼국지의 행간에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중화주의를 알 수 있는 장면은 ‘여포’라는 훌륭한 장수에 대한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훌륭한 장수였지만 간사하고 잔인한 장수로 묘사했다. 왜 그런지 아니. ‘여포’는 중국사람, 즉 ‘한족’이 아니기 때문이야. 한족이 아니면 ‘오랑캐’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무시하고, 사람의 존엄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완악한 모습이지. 18-19세기 미국이 흑인을 노예로 삼아, 백인들보다 못한 3등의 인간으로 취급한 것, 요즘도 백인들은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의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헌, 서헌, 체헌아! ‘황제’는 무엇일까? 중국의 황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중국의 황제가 되기 위하여 백성의 생명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생각하여 백성의 생명을 해하는 일을 황제가 되기 위한 도구 정도로만 생각했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한 번 전투에 몇 십 명이 아니라 몇 천 명, 몇 만 명이 쉽게 죽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더구나. 훌륭한 장수들의 죽음 앞에서는 통곡하고 가슴 아파 하지만 이름 모를 수많은 인민들의 죽음은 너무나 쉽게 그리고 있어. 정말 황제의 생명과 인민 한 명의 생명은 다른 것일까? 아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존귀하다는 가치를 알지 못하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게 되고 나아가 자기의 생명까지 빼앗는 사람이 된다. 아빠는 인헌, 서헌, 체헌이가 자신을 존귀히 여기는 사람일뿐만 아니라 다른 이도 존귀하며, 사랑하는 대상임을 알고 자신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다른 이를 존중하지 않는 삶은 가장 어리석은 삶이다. 삼국지에서 너희가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성공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기면서 살 것인가? 이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존귀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황제를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 대의를 위하여 희생당한 이름 없는 인민들, 이런 희생을 요즘도 요구하고 있다. 요즘 평택 대추리 사건이 1800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평생을 지은 땅에서 쫓겨나야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았지. 쫓겨나는 이유는 한 가지야. ‘나라를 위하여.’ 그럴지라도 너희는 한 사람을 가장 존귀히 여기는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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