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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8 21:50 수정 : 2006.06.09 14:55

두레, 농민의 역사
주강현 지음. 들녘 펴냄. 3만5000원

잠깐독서

“왕의 일거수일투족과 신하들과의 너저분한 대화까지 서술한 <조선왕조실록>이 방대한 것은 당연시하면서 수백년 이어온 두레와 농민의 역사를 1천여쪽도 못되게 기술한 것을 두고 두껍다고 나무란다면 농민에 대한 모독이다.”

<두레, 농민의 역사>(들녘 펴냄)는 주강현씨가 자신의 10여년 전 박사논문을 전면 개작한 것. 논문심사 당시 삭제를 요구받은 수모를 씻으려는 듯 835쪽 방대한 분량 무삭제본으로 만들었다. ‘자신에게 주는 졸업장 없는 학위’다. 두껍다고 시비걸면 농민모독이라며 지레 말빗장을 지르지만 기실 두껍기는 엄청 두껍다.

두레는 논농사를 위한 농민공동체. 모내기, 김매기 등 짧은 기간 한꺼번에 많이 발생하는 노동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뭉친 농사꾼 패거리다. 조직 외에 그에 따르는 풍물, 노래, 놀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두레의 문제는 농촌과 논농사의 몰락 또는 기계화와 더불어 대부분 소멸되었다는 것. 촌로의 기억을 더듬고 잔멸한 기록을 뒤져 재구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은이가 자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발로 뛰어 일궈낸 기록이라는 점에서 높이살 만하다.

지은이는 고대사회에서 협업에 의한 공동노동의 잔재가 두레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북한학자의 공동체 잔재론을 비판하고 현재 전하는 풍물굿을 동반하는 두레의 원형은 조선 후기 이앙법과 함께 발생했다고 본다. 두레의 외연을 ‘농민의 역사’로 넓혀 고대농사를 아울러 모순적이다.

‘모내기 뒤 10여일 있다가 김매기로 들어간다’(126쪽), ‘아시매기는 모심기가 끝나면 그대로 들어가며’(199쪽) 등 간혹 오류가 눈에 띈다. 논-수전, 논농사-수전농경, 건갈이-건삶이-건파재배-건답재배 등 용어가 통일돼 있지 않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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