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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8 22:00 수정 : 2006.06.09 14:54

산지니 ‘반송사람들’

아깝다 이책

작년에 부산이라는 지방에서 출판사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어 <반송사람들> 저자 고창권 선생을 만났다. 고창권 선생은 간호사였던 아내가 다니는 병원 원장으로 인연이 되어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

출판사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만나는 사람마다 “글 한번 써 보시죠”, “책 한 권 내보실 생각 없으세요?” 하고 물어보는 일은 투철한 직업정신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으레 “아이. 내가 뭘…” 하고 말꼬리를 내리기 일쑤이며,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저자도 그랬다. “내가 뭐 한 일이 있다고 책을 쓰나?” 하고 농담으로 넘기곤 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그가 반송에서 개인병원을 하면서 반송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 일은 결코 그렇게 쉽게 넘길 일만은 아니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고, 충분히 책으로 낼 가치가 있다는 게 나의 판단이었다.

“진담이가?”

저자는 결국 나의 집요한 청탁에 손을 들고 말았다. 여름휴가를 깡그리 반납한 채 원고를 써서 보내왔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은 우리 출판사의 두 번째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저자는 10년 전에 부산 반송지역에 병원을 열었다. 그의 고향이기도 한 반송은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부산 도심 재정비 사업으로 도심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정착한 마을이다. 부산에서도 반송하면 ‘못사는 동네’, ‘교통도 안 좋고,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동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반송은 2005년 전국 주민자치 박람회에서 당당하게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지역을 위해, 마을을 위해 헌신한 반송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반송 사람들의 10년 동안의 활동 기록이다. 행복한 삶은 먼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마을에서 이웃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으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이야기다.

어린이날이면 밀리는 차를 타고 놀이공원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을에 놀이마당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추진하였다. 주위 사람들은 ‘우리 동네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외면하기도 했지만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반송 어린이날 놀이한마당’은 다른 지역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일부러 찾아오는 행사가 되었다.

구석진 놀이터 시멘트 벽면에 화사한 그림을 그려 넣고, ‘좋은 아버지 모임’을 만들어 아이들 교육에 함께 고민하고, ‘마을신문’을 만들어 내는 등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금 반송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결코 내용이 얕은 책이 아님에 비해 신생 출판사의 역량 부족인지, 지역 출판사에 대한 선입관 때문인지 이 책은 종종 자비출판으로 오해를 받았다. 총판에서도 처음에 겨우 100권을 전국 서점에 유통시켰을 뿐이다. 서점에서 화려하게 표지를 장식한 다른 책들과 나란히 누워있는 이 책을 보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서점 관계자들에게 표지가 너무 촌스럽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책 판매에 있어서 표지가 반이라는데 표지에 좀 더 투자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반 독자들한테는 외면을 받았지만 전국 도서관에서는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는 편이고, 뒤늦게 전국 NGO 대학이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기도 해서 위안을 삼고 있다.

강수걸/산지니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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