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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9 10:30 수정 : 2006.06.09 10:34

한명숙(韓明淑) 총리와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가 오는 9월부터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외규장각 문서 전시회를 갖는 한편 문서를 디지털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외규장각 문서 반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약 14년만에 의미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완전반환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들이 문서 전시회를 통해 외규장각 문서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됐고 문서를 디지털화하기로 함에 따라 학술적 목적으로 문서 열람을 원하는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문서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약탈당한 외규장각 문서를 공식적으로 반환받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지만 학술적 접근조차 사실상 차단돼 있던 과거와 달리 문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 협상경과 =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 함대가 약탈해간 297권의 외규장각 문서를 반환받기 위한 협상은 1992년 7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의 반환요청으로 시작됐지만 14년 가까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프랑스 양측은 1993년 9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문제와 관련, `상호교류와 대여'의 원칙에 합의함에 따라 문제 해결의 초석을 다지는 듯 했다.

양국은 이후 여러차례의 실무교섭을 벌여 프랑스측이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1 0년 기탁후 5년 단위로 자동연장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영구기탁하며 같은 조건으로 한국 고도서를 프랑스에 기탁하는 방식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측이 1994년10월 337권, 1995년 1월 471권의 고도서를 프랑스에 기탁하겠다고 제의한 반면 프랑스는 한국의 도서가치가 낮다며 등가도서 기탁을 주장하며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측은 1997년 3월 279권의 도서와 370점의 중국동전을 3차목록으로 제시했지만 프랑스측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양측의 이 같은 입장차이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 1998년 시라크 대통령이 외규장각 문서 반환문제 협상을 위한 권위자회의 개최를 제안하고 한국측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1999년 양측 대표들이 본격 협상에 착수하게 됐다.

서울대 한상진 교수를 대표로 한 민간 중심의 협상단은 2001년 프랑스의 외규장각 문서를 임대 형식으로 돌려받는 대신 국내의 다른 문서를 내주는 `맞교환 방식'에 잠정 합의했지만 이 방안이 한국내 여론의 반발로 무산됨에 따라 협상은 다시 표류했다.

이어 한동안 협상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다 한국-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 우리 정부가 다시 협상 전면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장재룡 대사를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 주도의 협상단이 꾸려졌다.

협상단은 올 2월 말 프랑스를 방문, 프랑스측과 외규장각 도서 내용의 디지털화를 공동 추진키로 합의하는 등 반환협상의 동력을 어렵사리 살려냈고 결국 이번 양국 총리간 합의의 초석을 닦은 셈이 됐다.

◇반환까지는 먼 길 = 국내 전시회 및 디지털화라는 성과에도 불구, 외규장각 문서 자체를 반환받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약탈 문화재 반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입장이지만 프랑스 내부 여건을 감안할때 프랑스가 우리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외규장각 문서를 넘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3년 양국 대통령이 합의한 `상호 교류와 대여의 원칙'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게 정부의 인식. 하지만 2001년 양국이 잠정 합의한 도서 대 도서의 교환방식이 국내 학계와 여론의 반발 속에 철회된 경험에서 보듯 윈-윈 해법을 단기간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룡 대사도 올 3월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측도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하려면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중간 타협점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고 그래서 반환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상호 교류와 대여의 원칙을 근거로 양측이 `주고 받기'의 모양새를 갖추되 잡혀간 큰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작은 아들을 내주는 격인 `도서 대 도서'의 교환방식은 피하는 선에서 절충안이 모색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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