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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9 21:19 수정 : 2006.06.09 21:19

허수열 교수, 분배 차별 등 ‘통계 오류’ 짚어 반박
홍석률 교수도 “신우익 역사관은 과거 퇴행” 비판

신우익 역사관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비판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한겨레〉 5월20일치 참조) 관련해 주목할 만한 글이 계간 〈역사비평〉과 〈내일을 여는 역사〉에 실렸다.

허수열 충남대 교수가 〈역사비평〉에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식민지 경제에 대한 인식오류’라는 논문을 썼다. 허 교수는 〈개발 없는 개발〉(은행나무)(〈한겨레〉 2005년 3월25일치 참조)을 펴낸 경제사학자다. 경제실증사학의 방법론을 빌려 식민지근대화론의 ‘허상’을 비판해왔다. 허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아성인 서울대 낙성대 연구소 출신이다.

〈개발 없는 개발〉 출간 이후 낙성대 연구소는 허 교수에 대한 비판에 공을 들였는데, 이번 논문은 이에 대한 반비판의 성격이다. “낙성대 연구소가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는 그들의 상상에서만 통하는 것이고, 당시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임을 실증을 통해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고 썼다. 낙성대 연구소의 방법을 빌려 낙성대 연구소를 비판한 것이다.

낙성대 연구소가 내세우는 대표적 무기는 일제시대 조선인들의 물질적 생활수준이 향상됐음을 증명한다는 1인당 국내총생산과 민간소비지출 등의 수치다. 허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낙성대 연구소가 제시한 각종 통계의 허술함과 부정확성을 미세하고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의 글은 온통 통계와 그래프로 가득 차 있다. 이를 통해 “(낙성대 연구소가 내놓은) 추정계산의 결과와 여기서 도출된 결론이 당시의 현실과 얼마나 다른 것이었는지”를 밝힌다.

허 교수가 말하는 ‘당시의 현실’이란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 근본적으로 ‘분배의 차별’이 있었다는 점이다. 성장의 혜택은 일본인의 몫이었고, 그나마 조선인을 위한 ‘성장의 부스러기’조차 일제 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사라졌다는 게 허 교수의 논지다. 식민지 근대화로부터 한국 경제성장의 뿌리를 찾으려는 시도에 대한 근본적 반론인 셈이다. 허 교수는 “일제 시대를 ‘문명화의 시대’로 보는 그들의 연구결과는 일본의 조선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됐는데, 실제로는 “일제 시대는 조선인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하는 ‘야만의 시대’였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낙성대 연구소를 향해 “그들이 명제를 먼저 내걸고 가능하면 그것에 적합하도록 데이터를 가공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일제시대 조선인들의 경제적 처지가 향상됐다는 환상을 버리고 조선인을 중심으로 하는 식민지시대 경제사연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는 진보 역사학계의 연구성과를 재점검하면서 신우익 역사관을 에둘러 비판했다.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보수학계의 한국 현대사 재조명 작업은 이승만, 박정희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해방 직후 모든 문제를 좌우 정치집단의 정당성 문제, 최고지도자의 평가문제로 초점을 집중했던 과거 반공주의적 역사인식을 퇴행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득중 국사편찬위 편사연구사는 신우익 역사관에 등장하는 탈근대론에 대해 “탈근대주의 문제인식은 신우익 세력의 정치성 앞에서 단지 미사여구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라며 “민족주의 비판을 위해 (탈근대론의) 이론적 틀을 빌려왔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되풀이됐던 우익적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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