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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2 21:18 수정 : 2006.06.23 16:27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
김용석 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원

잠깐독서

입자물리학자와 철학자는 닮았다. 연구하는 대상을 쪼개고 또 쪼갠다는 점에서 그렇다. “입자물리학자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입자를 쪼개고 또 쪼개는 것처럼, 철학자는 자신의 이론을 구성하는 개념들을 쪼개고 또 쪼갠다.”

입자를 쪼개어 물질의 근원을 탐구하는 물리학자나 하나의 개념이 더 세밀한 개념으로 쪼개질 때 우주의 궁극적 실재로 다가섰다고 생각하는 철학자나 쪼개는 목적과 동기는 비슷하다. 그러나 입자물리학자와 철학자가 만나는 일은 지구와 헬리혜성의 근접 현상처럼 드물다. 통상적으로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대화는 서로 다른 종교인들의 교유만큼 성기다. 20세기 말에 벌어진 ‘두 문화’ 사이의 과학전쟁은 역설적으로 두 집단의 오랜 ‘별거’를 트는 계기였다.

인문학자들이 과학자들을 ‘비난의 칼’ 대신 찻잔을 들고 찾아가 ‘과학’을 사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용석(영산대 교수·서양철학)-신희섭(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이거룡(동국대 연구교수·인도철학)-손동철(경북대 교수·입자물리학), 공지영(소설가)-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등 10쌍의 만남이 이뤄졌다. <한겨레>가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도움으로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까지 열차례에 걸쳐 실은 기획연재물 ‘인문의 창으로 본 과학의 풍경’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들의 만남은 ‘이방인이던 두 사람이 벽을 낮추고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유쾌하고,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수학과 물리학, 생물학, 화학과 소통할 수 있음을 서로 확인했다’는 사실에서 모두한테 유익한 일이었다.

글은 과학자들의 실험실·연구현장을 찾은 인문학자들의 대담기로 꾸려졌다. 10편의 대담기마다 오철우 <한겨레> 기자가 덧글로 붙여놓은 ‘쉽게 읽는 과학의 발자취’는 필자들의 독특한 필체로 자칫 궤도를 벗어났을 경우에도 독자들이 쉽게 주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친절하게 인도해준다. 후기 격인 ‘보론-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대화’를 쓴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사)는 “인문학은 다양한 삶의 탐구를 통해 ‘도덕적인 가치’와 ‘교훈’을 끌어내는 활동이며, 자연과학은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려는 것이지만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세상을 보는 상보적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홍 교수는 “우리는 과학의 성과인 기술에 기대어 살면서도 과학에 대해 거의 모르고 기술을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과학과 인문학은 서로 더 잘 알아야 하고,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로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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