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가 2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연 ‘유럽연합의 대북 정책과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세미나에 국내외 북한전문가 2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
“이해관계 없는 유럽연합 등 적극개입 필요”
“남북화해·평화협정 통해 북핵문제 풀어야”
‘유럽연합의 대북정책과 동북아 국제정치’ 세미나
“현재의 6자회담으로는 안 된다.”
이탈리아 란다우 네트워크 첸트로 볼타 연구소의 마우리죠 마르텔리니 박사는 23일 국제원자력기구와 유럽연합 고위대표부가 참여하는 ‘6자회담 플러스 구도’를 6자회담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의 6자회담은 ‘제로-섬 게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유럽연합과 같은) 양심적인 중재자가 없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소장 김학노 교수)가 〈한겨레〉 후원으로 2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연 ‘유럽연합의 대북 정책과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세미나엔 마르텔리니 박사 외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평화연구소의 한스 요하임 슈미트 박사 등 20여명의 국내외 대북전문가들이 참석해, 한반도 평화구축의 파트너로서 유럽연합(EU)의 역할을 새삼 확인했다.
마르텔리니 박사는 발표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이 주장하는 ‘리비아 모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옛 소련국가들의 핵무기 감축 경험에서 나온 ‘협력적 위협 감축 프로그램(CTR:Cooperative Threat Reduction)’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협상과정의 처음부터 북한의 완전한 핵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에게 그냥 갑자기 발가벗으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이 대화·화해 분위기를 굳히고 한국전쟁 이후 50년 이상 지속돼 온 휴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되돌리기는커녕 늦추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들이 이뤄진 뒤 구체적 이행과정으로서 “핵무기 해체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조건부 집단안전보장을 제공하는 ‘협력적 위협 감축’ 프로그램을 통해서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스 요하임 슈미트 박사도 북핵문제에서 미국의 역할을 보완하는 유럽연합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힘과 제재에 의존하는 정책이 핵무장을 막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유럽연합은 북의 어려운 경제개혁과정을 지원하는, 제한된 개입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최한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김학노(44·정치외교학과) 소장은 “부시 정부가 북한 관련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던 2001년도 상반기에 유럽연합과 그 회원국들은 북한에 대표단을 파견해 성과를 거두었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정책을 유지해온 유럽연합은 지금처럼 위기감이 고조된 한반도 주변정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북 인권문제 해법은 개혁·개방 지원”
“체제전환 시도 우려…북도 정확한 정보 제공을”
|
유럽의회 파견단 등으로 여러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글린 포드(사진) 의원(영국)은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의 국제 학술회의에 보내온 글에서 미국식 대북 인권정책을 비판하면서, ‘체제전환(regime change)’이 아닌 ‘변화하는 체제(changing regime)’에 대한 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포드 의원은 보좌관인 권소영 박사와 함께 쓴 이 글에서 “인권대화는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급진적 변화가 목적이 아니라, 제한된 개혁·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독교 교회세력과 미국 엔지오들이 연 북한인권 관련 행사에 대해 “이들은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 개선에 도움이 안 돼 여전히 폭정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체제변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런 행사에 나오는 증인들의 증언에는 심각한 신뢰성의 문제가 있다”며 “인권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문제의 정치적 악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북한당국의 자세도 문제”라며, 북한 당국이 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드 의원은 “1995년 이후 자연재해와 경제시스템의 부분적 붕괴,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등은 북한에서 인권위기를 초래했다”며 “유럽연합과 북한의 인권대화는 북한 체제를 목죄기 위한 정치적 도구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의 경제발전과 사회안정, 동북아 지역의 안정, 인권문제 등은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하며, 인권과 민주주의 진작은 안보와 직접 연결된다”고 말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