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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5 16:17 수정 : 2005.02.25 16:17

‘강호 동양학’ 관련서 잇따라 낸 조용현씨

무릇 동양학이란 것이 ‘강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현들이 숨어사는 강호의 연파 속에도 동양학이 있다. 사대부와 승려들의 동양학이 아닌 처사들과 은자들의 동양학, 학계가 논하는 ‘강단 동양학’이 아닌 민중 생활속에서 여전히 살아 쓰이고 있는 동양학, 그런 동양학을 일러 조용헌(44)씨는 ‘강호 동양학’이라 부른다. 동양학의 뼈대인 문사철과 유불선에 천문과 지리 그리고 인사를 보태 이 아홉가지가 강호동양학의 구궁(九宮)이 된다.

조용헌씨는 스스로 이름붙인 이 강호 동양학의 전도사다. 동양, 그리고 우리 민족의 지혜가 담긴 강호 동양학이야말로 중요한 우리의 문화 컨텐츠이며, 산업화된 사회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달래주는 치유제라고 믿는다. 그렇다고 조씨가 이른바 재야의 ‘나홀로’ 연구자인 것도 아니다. 불교민속학으로 석·박사 학위을 받았고 대학 강단에도 섰다. 그러나 역시 그의 동양학의 배움터는 강호. 지난 19년 동안 한·중·일 3국의 사찰과 고택 600여곳을 답사했고 전국 각지의 기인들을 찾아다녔다.

“남들은 다 ‘사판’에 치우치는데 난 이상하게 혼자 ‘이판’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래서 돌아다닌 건데 내가 봐도 ‘낭인’과에요. 그러느라 가산 탕진한거죠.” 그렇게 쓴 돈이 족히 집 한 채 값이라고 한다. “원래는 ‘도사’가 되고 싶었는데 제가 혼백 가운데 ‘혼’은 괜찮아도 ‘백’이 부족하다는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도사꿈은 접었는데 제가 보고 듣고 공부한 이야기가 남아 책을 쓰게 됐습니다.”

지난 1999년 조씨는 첫 책 <나는 산으로 간다>를 내면서 문필가가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2002년 펴낸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풍수’의 관점에서 명문가들을 살피는 과정에서 탄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조씨는 명문가들을 지탱하는 철학을 한국적 ‘노블리스 오블리주’(특권층의 사회적 책무)로 해석해 주목받았다.

이후 2년 동안 신작이 없었던 조씨가 최근 연거푸 2권의 책을 내놨다. 고정관념과 조직사회의 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평범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인 <방외지사1·2>(정신세계사·각권 9000원), 그리고 데뷔작 <나는 산으로 간다>를 손보고 새 글을 더해 다시 펴낸 <조용헌의 사찰기행>(이가서·1만6900원)이다. <방외지사>는 그가 지금까지 그가 돌아다니면서 만난 이들 가운데 ‘삶의 고수’들을 골라 소개하는 새 책이고, <~사찰기행>은 그가 강호동양학에 천착하게 되면서 홀로 느끼고 깨우친 것들의 총론이 담겨 있어 조씨에겐 의미가 깊은 책이다.

두 책이 다루는 내용은 달라도 우리 사회가 ‘정통’보다는 ‘비의’처럼 여기지만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사주명리학과 풍수, 영성의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같다. 또한 동양학이 주기 쉬운 고리타분함, 그리고 무협지를 연상하게 하는 용어들이 주는 생경함 대신 오랜 현장답사와 취재로 건져올린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동양학을 알려주는 조씨 특유의 글맛도 공통적이다.


“요즘 세상이 30년 공부해야 취직하는데 15년 직장 다니면 쫓아냅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데, 이런 위기를 극복할 정신적인 부분을 도와줄 어떤 것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삶이 정답이라면서 다들 그 길에 줄서는데, 저는 다른 줄도 있다고 그냥 알려주고 싶다 이겁니다. 당신들만 그렇게 쫄딱 망한 거 아니다, 여기 이런 건달같은 삶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삶이 들여다보니 그리 불행하지 않고 정신적으로는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라는 겁니다. 그 속에서 새로운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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