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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9 18:55 수정 : 2006.06.30 16:44

헬로 키티-감성마케팅 전략
켄 벨슨·브라이언 브렘너 지음. 윤희기 옮김. 문이당 펴냄. 1만2000원

삭막한 세상 온기 지키려는 표현? 일본 특유의 귀여움에 대한 열망?
순수함을 간직하고픈 욕망? 여전히 궁금한 키티의 성공비결

달덩이 얼굴과 단추코, 입이 없는 고양이 키티는 올해로 32살이다. 그는 귀여움으로 무장한채 세계로 세력을 확장했다. 한번 빠져든 이를 놓아주지 않는 매혹녀로서 여전히 노익장을 발휘하며 매년 10억달러 매출을 올린다. 친정기업 산리오에겐 가계를 책임지는 믿음직한 누이다. 지은이들은 이 단순한 고양이의 성공 비결이 뭔지 알아내려고 문화, 역사, 마케팅 기법까지 들쑤시고 다녔다.

이 고양이의 비밀을 푸는 건 그리 녹록치 않다. 만화 <피너츠>를 보면 스누피가 냉소적인 개라는 걸 알 수 있지만 키티를 둘러싼 이야기 컨텐츠는 없다. 검은 선과 핑크빛 사랑스런 이미지로 이뤄진 키티는 빈 공간이다. 지은이는 “키티에게 놀라운 매력이 있다면 그것은 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사람들을 향해 말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서로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키티는 일본 특유의 귀여움에 대한 열망에 올라탔다. 1970년대 초부터 글씨체, 말투까지 귀여운 이미지가 침투한다. 지은이들은 이를 “삭막한 산업화 과정에서 그나마 개성과 온기를 지키고 싶어하는 일본식 대응”으로 읽기도 한다. 특히 여성들은 20~30대까지도 높은 목소리로 말하며 귀엽게 보이려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키티는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캐릭터로 보수주의자와 페미니스트들한테서 비판을 받는다. 페미니스트들은 키티에게서 순종적이고 무기력한 여성상을 발견했다. 그래서 데니스 우에하라라는 예술가는 키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되레 키티의 성공에서 결혼제도에 편입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소비하는 여성집단의 출현, 헌신이라는 관습에 반항하는 전복의 이미지를 캐내는 학자들도 있었다. 같은 이유로 보수주의자들은 유아 취향이라며 키티 마니아들을 공격했다.

넓적한 얼굴에 단추코, 입이 없는 고양이 키티. 32년 전에 태어난 이 귀여운 일본산 캐릭터 상품은 전세계에서 연간 10억달러를 벌어들이게 해주는 복덩이다. 이 단순한 고양이 인형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사진 산리오코리아 제공
키티는 일본 문화를 먹고 자란 고양이다. 하지만 산리오의 창업자인 쓰지 신타로는 키티에게 서구 이미지를 입혔다. 그가 지어낸 짧은 프로필을 보면, 키티는 영국 런던 근교에서 태어난 키티는 차를 마시며 과자 굽기를 즐긴다.

유럽과 일본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품고 있는 키티는 아시아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맞는다. 2차세계대전의 기억 대신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등을 보고 자란 세대에게 키티는 선진국형 소비의 상징이 된다. 유럽인들에게 현실 따위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을 짓는 키티는 진기한 것이다. 지은이들은 “유럽 여성들에게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환경에서 키티를 내세우는 것은 자신의 독립성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풀이했다.

키티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쓰지 신타로는 키티를 사회적 소통의 매개체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그는 고객의 필요가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순수함을 간직하고픈 욕망”에 기대 키티는 생명력을 유지한다. 그래서 포르노 사이트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현상이나 홍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주검을 숨기는 데 쓰인 키티 인형의 모습은 산리오 쪽에겐 악몽이었다. 이에 산리오 쪽에선 에이즈 예방을 위해 뛰는 단체와 손잡는 식으로 맞서며 키티의 건전한 이미지를 지키려 진땀을 흘린다.

지은이들은 쏟아지는 복제품에서도 키티의 위기를 본다. 산리오도 너무 많은 키티 이미지를 쏟아내 ‘귀여움에 대한 피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청소년층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수록 줄어든다는 게 장래에 낀 먹구름이다.

이 책은 키티를 둘러싼 문화적 경제적 환경을 오지랍 넓게 훓는데 이게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7세기까지 일본 문화를 거슬러 올라가거나 쓰지 신타로의 삶을 추적하기도 하니 다양한 관점을 읽는 재미가 있다. 동시에 여러 지점을 좀 산만하게 밟고가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읽고 난 뒤에도 ‘그래서 키티의 진짜 성공 비결은 뭐래’라는 질문이 어렴풋이 남는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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