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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9 21:05 수정 : 2006.06.30 16:54

여행전문기자 출신들이 쓴 ‘여행 안내서’ 잇따라 출간
‘천년의 도시’ 프라하에서 습지생태계 ‘우포늪‘까지
알찬 정보와 맛깔나는 여행기록 ‘그득’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며 낯선 것과의 만남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겪는 이별과 만남의 짧은 과정에서 묘한 설렘과 자유를 맛본다.

휴가철이 다가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벌써부터 여행 생각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법하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다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떠났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때맞춰 알찬 여행 안내서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신문과 잡지, 인터넷 매체 등 언론에서 오랫동안 여행담당 기자로 일했던 여행전문가들이 발로 체험한 여행 안내서들이 눈에 띤다.

<바람이 길을 묻거든>(경향신문사 출판본부)은 <경향신문> 여행전문기자인 최병준씨가 10년간 매주 2~3일씩 우리 땅을 밟으며 느끼고 체험한 것을 풀어낸 여행에세이다. ‘여행 산책서’라는 부제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이 책을 읽다보면 속도의 경제를 말하는 디지털이 판을 치는 지금, 느림의 미학을 말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보여주는 필자의 여행관이 엿보인다.

따라서 이 책은 정보도 풍성하지만 장소의 느낌과 분위기, 감상에 더 초점을 맞췄다. 필자는 전남 장흥의 금당도에서는 비움의 기쁨을 맛보았노라고 했고, 충남 태안 의항과 구름포에서는 “버겁고 힘들 때마다 바다 귀퉁이로 달려가 숨고 싶은 곳”이었다는 고백을 털어놓는다. 감칠맛나는 글도 그러하려니와 특히 섬과 마을, 산, 절과 성당 등 26곳 여행지의 깊은 곳들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현존하는 중세시대 성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평가받는 프라하성의 야경. <한권으로 끝내는 퍼펙트 프라하>에서
3년 전 부부 기자에서 부부 여행작가로 감짝 변신한 최미선·신석교씨가 또하나의 여행기를 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천년의 도시’로 이름난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한권으로 끝내는 퍼펙트 프라하>(안그라픽스).

중세시대의 건물을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지 광장, ‘007시리즈’를 비롯해 숱한 영화와 드라마 및 시에프 무대 배경으로 등장했던 카를교, 소설가 카프카의 숨결이 살아 있는 마을 황금소로, ‘프라하의 봄’의 무대였던 바츨라프 광장, 유럽의 건축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라하성 등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프라하의 명소는 물론 프라하의 구석구석을 누빈 체험을 옮겨놓았다. 또 체스키 끄르믈로프, 카를로비 바리, 카를스테인성, 델츠, 쿠트나 호라 등 체코 지방도시의 정보도 담고 있다.

저자가 겪은 실수담은 ‘간접체험’


<여성동아>에서 10여년간 여행레저 담당기자를 지냈던 최미선씨의 글과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일했던 신석교씨의 사진이 읽는이들을 프라하로 유혹한다.

<노 플랜 사차원 유럽여행>(도서출판 부·키)는 로맨스 소설 작가이자 딴지관광청에서 여행기자로 활동하는 정숙영(일명 정박사, 미키녹스)씨가 유럽여행에서 겪었던 실수담을 엮은 가이드북이다.

“몇년째 여행중독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필자는 아무 생각없이 두번씩이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 프랑스와 영국, 모나코,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라드, 베네룩스 3국, 네덜란드 등의 주요도시의 현지에서 저지른 모든 실수를 실감나게 정리했다. 따라서 필자가 몸으로 체험했던 ‘삽질’과 ‘무대뽀’는 배낭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유럽여행 시뮬레이션이 되겠다.

시칠리아섬 아그리젠토의 콘코르디아 신전.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에서
필자는 유럽 배낭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여행기 안에는 유럽 배낭여행자들이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삽질, 실수, 낭패가 다 들어있을 것”이라며 “이 여행기를 보면서 간접체험을 제대로 하고 가시라”고 당당하게 충고한다. 일기체의 문장이 읽는 재미까지 준다.

<국민일보>에서 여행전문기자를 지내다 오래 전 전업해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연태(한국여행작가협회장)씨가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위한 여행지침서 <학년별, 계절별 체험학습 어디로 가면 좋을까?>(예담)를 내놓았다.

이 책은 초등학생이 가볼만한 체험학습 여행지를 학년별 교과서에 나오는 곳들로만 엄선해 30곳을 소개한 ‘맞춤형 체험학습여행서’다. 가령 1학년 1학기 <슬기로운 생활>의 4단원 ‘슬기롭게 여름나기’와 관련해서는 ‘영월 곤충박물관’을, 3학년 1학기 <과학> 6단원 ‘물에 사는 생물’에는 습지생태계의 보고인 ‘창녕 우포늪’을 짝지었다. 풍부한 자료사진과 여행정보뿐만 아니라 현장학습보고서 쓰는 방법, 관련 퀴즈 등을 담아 부모들이 먼저 읽고 여행현장에 가서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체험학습 여행지 ‘맞춤 소개서’도

<바람이 길을 묻거든>(최병준 지음)의 ‘전설을 울리는 범종소리, 부석사’편에 실린 소백산 전경. 경향신문사 출판본부 제공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평론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에게해를 둘러싼 그리스, 터키 지역의 고대유적을 답사한 여행기록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청어람 미디어)가 번역되어 나왔다.

다카시는 1982년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40일간에 걸쳐 아토스, 시칠리아, 아테네, 터키의 아스펜도스, 에페소스, 아토스, 트로이,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페르가몬 등 에게해를 여행한 경험을 책으로 낼 계획이었으나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20여년이 늦어졌다. 다카시가 1974년 다나카 수상의 범법행위를 고발한 기사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를 <문예춘추>에 기고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록히드재판이 다나카쪽의 반격으로 질질 끌면서 단행본 작업이 미뤄진 탓이다. 비록 20년이 지난 기록이지만 다카시가 <문명의 역설> <사색기행> <우주로부터의 귀환> 등 수많은 저서들을 언급하면서 인문·사회학과 과학분야에 이르기까지 해박한 지식를 바탕으로 고대문명의 본질을 건드리는 안목이 돋보인다. 또 국제사진잡지 <줌 재팬> 편집장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보도사진가 스다 신타로의 사진이 글에 생명감을 불어넣고 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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