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9 21:29
수정 : 2006.06.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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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신 <힘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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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이책
책 내는 일로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어디 아깝지 않은 책이 하나라도 있을 것인가! 다만, 좀 더 큰 기대를 걸었던 책인가, 소박한 희망을 갖고 낸 책인가 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책을 내다보면 우연히 찾아오는 원고가 있다. 청년정신의 대표적인 책인 <협상의 법칙>이 그랬고, <대화의 법칙>이 또 그랬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기회에 발견한 원고가 무척 재밌게 다가오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읽혔으면 하는 그런 책. <협상의 법칙>이나 <대화의 법칙>은 그렇게 우연히 다가와 독자들에게 크나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좋은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이름 없이 사라진 ‘재미있는’ 책에 대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는다. 그 책이 바로 마이클 코다의 <힘의 원칙>이다.
이 책은 작가로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채윤씨가 처음 가져왔다. 이미 번역이 된 상태였는데, 매끄러운 솜씨로 다듬은 문장은 군더더기 없고 껄끄러운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책들과 달리 갖가지 사례가 풍부하다는 점 때문에 한눈에 끌렸다. 게다가 재밌게 술술 넘어가는 내용은 지금껏 보아온 다른 책들과 비교해도 분명 달랐다. 대개 책들이 힘을 얻는 방법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그 힘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사무실 위치, 회의 때 앉는 자리, 의미 없어 보였던 경쟁자의 행동 하나도 결국은 힘을 키우는 방법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앞서 나온 책들이 정형화된 공식에 짜맞춰진 느낌이라면, 이 책은 마치 ‘힘’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담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듣는 듯했다. 간간이 들어있는 그림도 이 책을 이해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되었다. 이렇듯 쉽고 재미나며 자연스레 읽힌다는 점을 들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했고, 출간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분위기에서 성장하고 현재 세계적인 메이저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있는 저자는 ‘최고 위치에 있는 힘’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선지 이 책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인사부터 저자의 평범한 친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힘을 갖기를 원했고, 또 어떻게 해야 힘을 얻어서 유지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경험은 분명 힘들고 억울한 처지에 놓인 독자들에게 뭔가를 말해줄 것 같았다. 능력 없고 실적도 별로인 사람이 나보다 먼저 승진해서 억울할 때, 어떤 협상이건 했다 하면 늘 져서 속상할 때,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별 볼일 없게 여겨서 기분 나쁠 때 등등,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잘 다니던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잘리고, 금세라도 성사될 듯 보이던 계약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요즘 세상 아닌가?
하지만 그토록 자신 있게 출간한 이 책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다. 아니 기대만큼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유야 많겠지만, 책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 회사나 가정에서 흔히 겪는 사소한 일들 속에서 힘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게 의도였음에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이 책만큼은 죽지 않고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인지 그냥 묻히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 해결책으로 제목을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무실 벽 색깔만 바꿔도, 책상 배치만 새로 해도 힘이 모인다고 했기에. <힘, 빼앗는 사람 뺏기는 사람>을 <힘의 원칙>으로 바꾸고 몇몇 내용을 보완해 재출간한 게 지금의 책이다. 그 책이 그 책이라는 말은 안 들을 자신 있다. 한 번 읽어보고 판단하시기를.
여성희/청년정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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