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30 14:34
수정 : 2006.06.30 14:34
파시즘에 대한 경각심 일깨우는 청소년 도서 '파도'
집단 광기의 힘은 얼마나 거센 것일까. 역사 속 이야기로만 파시즘을 배웠던 고등학생들에게 직접 이를 '실험'해 본다는 내용의 '파도'(도서출판 이프)는 이와 관련해 중요한 교훈을 준다.
소설 속 역사교사 '로스'의 말처럼 "앞으로 다시는 누군가를 무작정 따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며 이제부터라도 나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고 집단의 목표를 위해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늘 묻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는 것.
독일에서 파시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청소년 필독도서로 읽히고 있는 '파도'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느 고등학교 역사 수업에서 실제 벌이진 일을 작가 토드 스트라써가 각색했다.
역사교사 로스는 독일의 나치주의자들이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일을 저질렀는가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당시 독일인들이 느꼈던 집단적 공포를 아이들이 체험하도록 하는 '교실실험'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훈련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을 자리에서 세웠다가 자신의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제자리에 앉도록 훈련을 시켰다. 또한 왼쪽 어깨에 오른쪽 손등을 갖다대는 방식의 '파도'라는 새로운 인사법을 따르도록 했다.
하나의 놀이로 시작한 이 교실실험을 로스가 되풀이하자 파도 인사법은 학교 전체에 퍼져 나간다. 이로인해 파도 인사를 하지 않는 소수의 아이들은 배척 당하고 회원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하급생이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학보 편집부원인 '로리'는 여기에 반기를 든다. "개성도 차이도 사라져버린 완전히 평등한 세상, 그런 게 가능한 거야? 그게 싫은 사람도 있는 거잖아. 그런 게 싫은 사람도 존중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가 버린 교실체험을 마무리 하기 위해 로스는 파도 운동의 창립자를 보여주겠다며 모든 파도 회원에게 학교 대강당에 모이라고 지시한다.
스크린으로 학생들 앞에 나타난 창립자는 바로 아돌프 히틀러였다. 로스는 아이들이 이번 사건으로 아픔을 겪은 것을 사과하며 "역사 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말아야겠지"라고 말한다.
책은 그제서야 아이들이 마법에서 풀린 듯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생각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272쪽. 8천원.
김정선 기자
js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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