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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6 20:38 수정 : 2006.07.07 14:50

네모난 못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양철북 펴냄. 1만800원

잠깐독서

지은이 폴 콜린스한테는 “안녕”하며 손을 흔들 때 손등을 바깥으로 보이게 하는 아들이 있다. 아들에게는 그게 당연하다. 자신이 손바닥을 보고 있으므로 인사받는 상대방도 손바닥을 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아들은 두 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이때부터 지은이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역지사지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은 두 갈래로 진행되는데, 아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수평적 여행과 시간을 거슬러 자폐증의 흔적을 더듬는 수직적 여행이다. 두 갈래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며 자폐증이 무엇인지, 자폐인의 삶은 어떤 건지를 희미하게나마 그려나간다.

지은이는 자폐증이 오랜 옛날부터 우리곁에 있었다고 설명한다. 18세기를 살다간 ‘야생소년 피터’에 대한 기록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아인슈타인이나 앤디 워홀, 헤밍웨이 등 각 분야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도 자폐인이었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자폐인들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자신만의 감각에 몰두하고, 압도당한다. 운이 좋아서 집중의 대상이 세상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면 천재로 환영 받는다. 하지만 세상의 이해를 비껴나간 자폐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

지은이는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정말 그들이 외계인이고 우리는 정상인 걸까?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추상적 추론을 할 수 있는 그들이 오히려 더 인간적인 인간이 아닐까?

지은이는 자폐인이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일뿐이라고 말한다. 둥근 구멍만 뚫려있는 세상에는 맞지 않는 ‘네모난 못’이다. 이들을 둥근 구멍에 억지로 망치질해 넣으려 할 때, 억지로 정상 사회에 맞추려고 할 때 못은 망가지고 만다.


남과 다른 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버지의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무엇인지,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물음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의문도 가져본다. ‘나는 원래 둥근 못이었을까? 망가져버린 네모난 못은 아닐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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