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6 20:49
수정 : 2006.07.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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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낯선 나라다
데이비드 로웬덜 지음. 김종원·한명숙 옮김. 개마고원 펴냄.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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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의지가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실존주의적 견해를 표명한 인간주의 지리학의 대표자이자 역사학자” 데이비드 로웬덜의 두툼한 <과거는 낯선 나라다>(The past is a Foreign Country)가 번역돼 나왔다. 과거는 왜 낯선 나라인가? 과거는 현재의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일 뿐 과거 그 자체는 아니다. 과거는 현재와는 판이한 관념이나 가치, 작동원리의 지배를 받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과거는 그것을 바라보는 현재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과 욕구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화해간다는 점에서, 말하자면 다중적으로 ‘낯설다.’ 과거를 구성하는 기억이나 역사, 유물 역시 끊임없이 변조돼 왔으며 현재의 욕망에 의해 변주된다. 그것을 주관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인식하고 해석하고 보존하는 행위 자체가 과거를 바꾸며 그것은 다시 현재를 바꾼다.
과거로 돌아가거나 들여다보려는 사람들의 지배적인 욕구는 “과거 설명하기, 황금시대 찾기, 이국취향 즐기기, 일시적인 치환이나 선견지명을 통해 보상받기, 과거를 바꿈으로써 삶을 개조하기” 정도라고 저자는 요약한다. 이런 현재적 욕구에 의해 지배당하는 ‘과거’라는 자리에 ‘역사’를 집어넣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인간의 현재적 욕망에 의해 역사는 취사선택되고 재해석되며, 나쁘게는 ‘날조’될 수도 있다. 책 부제를 ‘역사 서술의 현재성 문제를 고민하는 모든 역사학도의 필독서’라고 붙인 까닭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기획의도가 최근의 한-중-일 3국간의 과거사 논쟁과도 맥락이 닿아 있지 않았을까.
저자는 그러나 이런 과거나 역사의 재해석을 필연적인 것으로 볼 뿐 아니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방대한 분량에 구체적인 자료들이 유감없이 발휘된 박학다식이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기엔 부족함이 없을지 모르나, 다소 전문적인 데다 영국 미국 등 서구 사례 중심이어서 역자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일반독자들에겐 좀 버거워 보인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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