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06 20:59 수정 : 2006.07.07 14:51

샨티 <착한아이 콤플렉스>

아깝다 이책

홍대 앞 술집에서 여덟 명이 뭉쳤다. 번역자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편집자 등 <착한아이 콤플렉스>라는 책 작업을 함께한 이들이 모여 조촐한 출간 기념 잔치를 여는 날이었다. 밖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술집에선 우리가 들어선 순간부터 내내 김광석 노래만 틀어주었다. 분위기 탓이었을까? 아니면 그날의 주인공인 <착한아이 콤플렉스>라는 책 내용 때문이었을까? 우리의 이야기는 슬슬 과거로 거슬러갔다.

“엄마는 종갓집 맏며느리였어요. 전 태어나자마자 딸이라는 이유로 외가에 보내셨죠. 젖 먹이면 둘째가 바로 안 생긴다고요. 저는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외할머니에게, 또 엄마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파도 안 아픈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 착한아이가 되었죠. 그것이 지금은 뭐든 잘 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남은 거 같아요. 남들이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하고 싶은 얘기도 잘 못 하겠구요.”

“우리 엄마 아빤 장사를 하셨는데, 어린 나를 기둥에 기저귀로 묶어두고 일을 나가셨어요. 아침마다 엄마에게 가지 말라고 울며 매달렸죠. 그러다 아홉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매일 아침 반복된 이별이 준 심리적 결핍감에 더해 엄마를 잃은 상실감까지… 어린 제겐 충격이었죠. 그래서인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 사람도 훌쩍 떠날까, 그래서 상처받을까 두려운 거겠죠. 어쩌면 누군가가 내 곁에 있어줄 거라고 믿지 말자, 뭐 이런 내면의 계약을 맺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착한아이 콤플렉스>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직은 어린,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아이가 어떻게 해야 어른들―특히 부모나 선생, 친척과 같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상처를 덜 받고 살 수 있을까를 본능적으로 깨닫고, 그 방식대로 살기로 내면의 계약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맺은 어린 시절의 계약은 그 힘이 너무나 강해 어른이 된 뒤에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 책은 어린 시절 받은 메시지들이 어떻게 자신을 구속하는 계약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그 계약의 내용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파기하고, 새로운 인생의 계약서는 어떻게 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준다.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과거의 연결 고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지금껏 내면을 지배해 온 비판적인 목소리들로부터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구분해 내고 그것에 귀 기울이는 법, 자신이 살아가기 원하는 삶을 꿈꾸고 만들어나가는 지침도 만날 수 있다.

우리들은 그날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맺은 어릴 적 내면의 계약을 저마다 한두 가지씩 찾아냈다. 본인뿐만 아니라 함께 했던 다른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아차린, 제대로 된 출판 기념회가 아니었을까?

나는 이 책을 번번이 비슷한 패턴으로 일을 그르친다든지, 사람과의 관계를 꼬이게 한다든지 해서 괴로워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툭 건드렸을 뿐인데 과민하게 반응하는 상처는 있게 마련 아닌가? 그 상처의 원인을 발견한다면 지금보다 더 밝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조촐한 출판 기념회 끝에 우리는 이 책이 부디 많이 팔리길 기원했다. 두려움 속에서 작성한 어린 시절의 계약을 파기하고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만나는 데 이 책이 기여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날의 기대는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평화/도서출판 샨티 기획실장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