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3 19:56
수정 : 2006.07.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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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주)엘지텔레콤 정책협력실 정책개발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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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읽었다/아이들은 자연이다
요즘 대형서점의 교육 관련 베스트셀러 부문을 보면 대부분이 ‘높은 점수 얻어서 좋은 대학 가는 방법’, ‘누구는 어떻게 해서 명문대에 진학하고 해외 일류대학에 합격했다’는 책들이 많다. 그러나 실상 읽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고 새로울 게 없는 그저 그런 책들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는 책 내용의 훌륭함보다는 입시 위주의 경쟁사회에서 학부모들이 느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과 절박함에서 오는 왜곡된 사회현상이 아닐까?
이런 책들이 난무하는 요즘 우리 가족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책 한 권이 있다. <아이들은 자연이다-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장영란·김광화 지음. 돌베개 펴냄)라는 책이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앞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부터 자연과 함께 순수하고 깨끗하게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삽입된 많은 사진들은 이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너무나도 소박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마치 가족앨범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은 도시에 살던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무주 산골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써내려간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자연속에서 공부해 가는 모습과 이런 과정에서 부모로서 느끼는 고민과 생각들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책이라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스스로 공부하고 자기 삶에 대하여 고민하며 지내는 모습은, 입시 위주의 경쟁에서 지쳐가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현재와 같은 판박이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아닌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진심어린 조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또 큰딸 탱이(김정현, 18살)와 상상이(김규현, 12살)가 무주 산골에서 노는 듯 공부하며 일하고 행복하게 살아나가는 모습은, 요즘 부모들이 생각하는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얻고 남들 보기에 번듯하게 살아나가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는 것,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보도록 기회를 주는 게 부모로서의 진정한 책임이고 의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가족중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은 사람은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 아이였다. 그 다음은 아내, 그다음에 내가 읽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한 권의 책이 아이에게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부모에게는 부모에 눈높이에 맞게 다가 온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쓴 부부가 아이들의 이야기에 끝임없이 귀를 기울이며 아이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며, 결국 식구가 모두 함께 책을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큰 아이가 얼마 전에 내게 이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아빠 나는 경쟁에서 남을 이기기 위해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어요.”
나는 그때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나름대로의 답을 찾게 되었다. 그 해답은 멀리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영수/(주)엘지텔레콤 정책협력실 정책개발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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